
미국 올랜도 베이힐 골프장에서 10일(한국시간) 끝난 PGA(미국 프로골프) 투어 시그니처 대회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미디어센터에는 롤렉스 세계 시계가 걸려 있다. 시계 앞을 지나가다가 뭔가 이상해서 돌아왔다. 한국 표준시 시계에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도쿄가 아니라 서울이라고 표기됐다.
롤렉스에 문의했더니 “대부분의 수도로 표기된 에셋을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맞게 쓰는데 다른 대회 때의 정보까지는 확인이 어렵다”는 답이 왔다. 해당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수도가 표기된 시계를 쓰지만 다른 곳에서 쓰는 건 알 수 없고 드물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PGA 투어 홍보담당은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답은 PGA 투어 대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제네시스 오픈을 후원하는 현대차가 알았다.
제네시스 프로모션팀 이동한 팀장은 “2021년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앞두고 PGA 투어에 ‘제네시스는 한국 브랜드이니 서울로 바꾸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북미 홍보 담당이 한국에서 공부를 해 서울과 도쿄의 뉘앙스를 이해하고 투어에 교체를 요청해 바로 교체됐다”고 했다.
이동한 팀장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선 타이거 우즈가 매년 미디어센터에서 인터뷰를 해서 서울이 노출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한국 기업이 PGA 투어 대형 이벤트를 후원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럭셔리는 디테일’이라는 브랜드의 의지가 있어 바꾸려 했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 측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만 바뀐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대회장에서도 도쿄는 서울로 대체됐다. 제네시스가 PGA 투어 대회를 2개나 개최하기 때문에 배려한 걸로 보인다.
한국 국력이 약했다면,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많이 활약하지 않았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베이힐 대회를 취재한 한 일본 기자는 “요즘 누가 도쿄 신경 쓰나. 서울이 더 잘 나가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올랜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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