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저널]원영수 국제포럼= 12월 14일 멕시코 일간지 <라 호르나다>(오늘)는 미 군함들이 며칠 내로 갈라파고스에 도착해 미군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폭로했다. 오를란도 페레스 기자는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미군의 군함과 군병력, 무기와 장비, 잠수함 등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올해 2월 15일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미군기지 설치를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한 데에 따른 것이다. 12월 10일에는 도서 지역 포괄적 안보 프로젝트와 미국-에콰도르 협력 협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승인됐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공식적으로 에콰도르 지역에서 마약 거래, 불법 어업, 기타 불법 해양 활동을 단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라 호르나다>의 기사에 따르면, 마약 수출경로의 통제와 마약 판매의 지리적 지배를 위해 경쟁하는 국제 카르텔들과 연결된 마약 테러 집단들의 폭력분쟁과 관련 범죄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노보아 정부의 미군기지 유치 결정은 2023년 10월 6일 기예르모 라소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협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의 군인과 민간인들, 군수 하청업체들에 비엔나 협약 아래서 외교관들에게 주어지는 수준의 특권과 의무면제, 면책이 주어질 예정이다.
협정은 환경피해를 엄격하게 관리할 의무를 적시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군이 주둔한 과거의 사례에서 미군이 최소한 환경기준조차 지키지 않았던 사례가 많다면서 갈라파고스의 자연이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지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해안 도시 만타에 미군기지가 세워져 운영됐다. 그러나 2008년 당시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협정을 종료시켜 미군이 철수했다. 코레아 대통령이 주도한 2008년 헌법은 에콰도르 영토 내에 외국군의 주둔이나 기지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갈라파고스의 미군기지 설치는 위헌이다. 그러나 노보아 대통령은 2008년 헌법에서 외국군 기지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는 부분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아직 에콰도르 의회에서 논의되지도 않았다.
페르난도 예페스 전 외무장관은 미군기지 설치가 “받아들일 수도 없고 수치스럽고 위험하고 자긍심도 없는 식민주의적 비굴성의 대표적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페레스 기자 역시 갈라파고스의 미군기지는 민족주권, 에콰도르의 국익, 과거 미군기지의 부정적 경험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전 세계 80개국에서 약 750개의 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159개국에서 약 20만 명의 병력을 파견한 상태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 갈라파고스의 발트라섬에 군사기지를 설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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