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끝났으면 나가라?···반복되는 IT업계 관행 왜?

2025-11-24

# 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진행해온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개발자 A씨를 비롯해 이 회사 직원 여럿이 참여한 사업이다. 그런데 회사가 A씨에게 돌연 해고를 통보한다. 사유는 ‘프로젝트 종료’다. 그러면서 이를 업계 ‘관행’이라 말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 같은 행태는 IT업계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종료를 이유로 정규직 개발자를 무급 대기시키다 일방적으로 퇴사를 통보한 회사에 대해 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IT업계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원고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 9월25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IT업계 관행상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 근로관계 역시 종료된다는 묵시적인 조건이 계약에 포함된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이뤄지는 퇴사·해고는 뿌리가 깊은 행태다. IT라고 하면 흔히 ‘네카라쿠배당토’라 불리는 빅테크 기업을 떠올리지만, 실제론 그 층위가 다양하다. 업계에선 그중에서도 SM(시스템 매니지먼트)이라고 불리는 시스템 유지·보수 업체에서 이런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SM이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고객사(원청)에 직원을 파견, 상주하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 중견, 소규모 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최하층에 있어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SM 업체들은 아예 고객사에 상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사람을 뽑다 보니 고객사 프로젝트가 끝나면 갈 곳이 없는 경우가 있다”며 “고객사가 전산실 직원을 뽑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하도급을 주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종료·중단 후의 고용 불안정은 게임업계에서도 지적되는 문제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게임사 노조 간담회에서는 프로젝트 드롭(개발하던 게임을 중단하는 것)에 따른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해 전환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노무법인 에이치의 정현주 노무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특성상 프로젝트 단위로 굴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프로젝트 기간에 맞춰 계약직을 고용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 종료를 이유로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관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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