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 간병인’ 근로자성 첫 인정···중앙노동위원회 “요양병원이 사용자”

2025-11-23

3년 근무한 간병인, 직업소개소 전화 한 통에 해고

병원 “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니까 부당해고 아냐”

병원에서 환자의 이동을 돕는 ‘이송 간병인’이 처음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직업소개소에 사용자책임을 부여하며 간병인을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이어 돌봄노동을 노동법 보호 범위에 포함시킨 판정이다.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달 20일 경기 시흥 S요양병원이 이송 간병인 A씨를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A씨는 2022년 1월부터 S요양병원에서 약 3년간 일했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병원이 만든 스케줄표에 따라 환자들을 치료실과 병실로 이동시키는 업무를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직업소개소 실장으로부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고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해고 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병원 측은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A씨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했다. 병원은 사용자가 아니란 취지다. 만약 근로자로 인정되더라도 직업소개소가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병원은 직업소개소와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초심인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A씨의 업무가 요양병원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병원이 이송 스케줄을 작성해 배포했고, 간병사 팀장을 지정해 A씨의 업무 전반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송 건수와 관련 없이 평일 9만원, 토요일 5만원의 정해진 일당을 받았다. 중노위는 “병원을 통하지 않고는 독자적으로 이송 간병 업무를 할 수 없었다”며 A씨를 독립된 사업자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사용자가 직업소개소라는 주장도 기각됐다. 중노위는 직업소개소가 간병인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권한이 없었고, 단순히 병원이 지급한 보수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며 병원이 실질적 사용자라고 봤다.

A씨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지만, 간병노동 전반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간병인 7만1000명 중 절반 이상(50.5%)은 원천징수 의무자가 병원이었다.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사업자 취급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 대리인 하은성 노무사는 “최초로 이송 간병인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정”이라며 “병원이 간병인의 업무를 직접 지휘하면서도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 온 관행은 더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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