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기절할 때까지 읽었다"…日 만화가 웹툰 러시 이끈 라인망가

2025-02-13

입력 2025.02.13 09:00 수정 2025.02.13 09:00 도쿄(일본) = 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日 월거래액 11억원 돌파한 '신혈의 구세주' 제작사

"라인망가서 서비스 안 했다면 성공 없었을 것"

"작품 전방위적 지원…글로벌 서비스까지도"

네이버웹툰, 넘버나인에 지분투자…협업 지속 모색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본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라인망가가 이러한 문화를 일본에 정착시킨 것이죠. 충분한 경력을 가진 일본 작가들도 웹툰에 언제 뛰어들면 좋을지 촉각을 세우고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습니다."

일본 만화 에이전시 '주식회사 넘버나인'의 고바야시 타쿠마 대표는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만화 시장에서 웹툰의 미래는 밝고 아직 성숙기가 아닌 성장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넘버나인은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에서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 초월자'를 연재하고 있는 스튜디오다. 가로로 읽는 일본식 만화(망가)에 주력하는 타 스튜디오와 달리 수년째 웹툰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해 왔다.

고바야시 대표는 "원래 만화를 유통 및 소싱하던 회사로 시작했지만 디지털 유통 서비스가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르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며 "웹툰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1위 사업자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웹툰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넘버나인은 수많은 시간을 들여 한국 웹툰을 연구했다. 직접 웹툰을 감상하며 인기 장르나 요소를 캐치하고 제작 스킬 등을 습득했다.

신혈의 구세주·나만 최강 초월자의 에토 슌지 작가는 "처음엔 한국 인기 웹툰을 기절할 때까지 매일 읽었다"며 "그렇게 연구하면서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 웹툰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스스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신혈의 구세주다. 넘버나인의 웹툰 데뷔작으로, 혈액을 조종하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이계 생물에 대항해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1월 월간 거래액 1억2000만엔(한화 약 11억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자체 제작한 웹툰이 월거래액 1억엔을 넘긴 것은 신혈의 구세주가 처음이다. 현재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으로도 서비스하고 있다.

히로유키 엔도 넘버나인 집행임원은 "신혈의 구세주는 앞 부분을 한국 웹툰과 유사하게 만들고 중반부부터는 캐릭터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며 "한국과 일본, 미국 독자들이 같은 요소에 비슷하거나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넘버나인은 라인망가가 신혈의 구세주의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플랫폼에서 서비스할 작품을 소싱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성공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협업 소감을 말했다.

고바야시 대표는 "라인망가에서 서비스하지 않았다면 신혈의 구세주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원을 잘 해주셨다"며 "작품을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독자에게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줬다. 담당자들이 작품을 잘 밀어주고 독자가 많으며, 글로벌 전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라인망가가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설명했다.

신혈의 구세주처럼 일본산 웹툰이 대흥행을 거둔 사례가 탄생하기 시작하자 일본에서도 웹툰 스튜디오 수가 크게 늘고 있다.

고바야시 대표는 "신혈의 구세주가 월간 매출 1억엔을 돌파한 것은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 굉장히 큰 터닝포인트였다"며 "그동안 한국 오리지널 웹툰만 계속 잘되고 있었는데, 신혈의 구세주를 통해 일본 웹툰도 성공할 수 있구나 증명해보인 좋은 사례가 됐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넘버나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 넘버나인에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했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일본 현지 제작사에 단행한 첫 투자다.

고바야시 대표는 "조달 자금을 통해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 투자하고 특히 애니메이션화에 주력하고 싶다"며 "글로벌로 작품 전개도 이어가려고 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영원히 살아가는, 국경을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IP(지식재산권)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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