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인프라 투자를 선언하면서 국내 IT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대처 방안이 주목받는다. 트럼프 정부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예상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일부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2기는 AI 기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우선 AI 행정명령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 AI 행정명령은 AI가 소비자와 노동자, 국가 안보 등에 초래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법안이다. AI 모델의 결함 및 편향성 점검을 위한 지침 마련과 상용화 전 안전성 테스트 결과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하고 폐지하는 모양새다.
또한 법인세 인하 연장으로 인해 AI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AI 기술은 압도적인 투자금액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 중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AI 투자액은 874억1000만 달러(이 날 기준 125조4857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AI 투자 금액(약 1419억 달러)의 62%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법인세 인하가 진행될 시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AI 기술에 대한 방향성이 잡히면서 업계의 견해는 둘로 나뉜다.
우선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지금보다 국내 IT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들은 자체 LLM(거대 언어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광범위한 정보를 중요시하는 AI 특성상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 현 시점보다 기술 격차가 더 벌어져 사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만들어둔 기술을 잘 활용해 새로운 BM(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인공지능 친화 정책을 펼치게 되면 우리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라며 "미국의 기술 발전이 관계에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 희비 갈린 IT 기업들…자체 LLM 개발 침체 전망
빅테크와 협업을 하고 있는 통신3사(SKT·KT·LGU+)는 트럼프 정부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는 지난해부터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SK텔레콤은 퍼플렉시티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시술 협력, 상호투자, 서비스 퍼블리싱 등의 사업을 함께한다. KT도 MS(마이크로소프트)와 AI·클라우드 투자를 진행하며,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서 수익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메타와 인스타그램 챗봇 등의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학계도 빅테크들과 협업을 진행 중인 통신 3사에게 트럼프 정부의 행보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도 "통신사들이 빅테크와 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의 AI 사업 진흥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체 기술력 개발에 집중한 네카오(네이버·카카오)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양사는 각각 AI 기술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투자 금액에서 뒤처지는 만큼 원천 기술로만 승부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불리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며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응용을 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네카오는 독창적인 AI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자체 LLM 하이퍼클로바X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확대 중이다. 대화형 AI '클로바X', AI 검색 서비스 '큐:'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네이버는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효율화를 꾀한다. '온 서비스 AI' 전략은 검색·광고·플레이스·쇼핑 등에 AI를 도입하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상반기 '카나나'를 선보인다. 카나나는 카카오의 AI 솔루션으로 학습을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채팅형의 AI 솔루션도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AI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대종 교수는 "국내 산업도 진흥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해나가야 한다"라며 "IT 사업을 하는데 있어 규제가 너무 심하면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