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맛보기’라던 에듀테크 붐, 한풀 꺾인 걸까요?

2025-03-14

지난 13일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통계’가 공개됐습니다. 연간 사교육비로 30조원이 넘게 쓰인다는 사실이 주목받았는데, 통계를 들여다보면 사교육이 줄어든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초등학생들의 ‘유료인터넷 및 통신강좌’ 부분 사교육 참여율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초등학생들의 인터넷·통신 사교육 참여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팬데믹이 막 시작한 2020년 초등학생의 인터넷·통신 사교육 참여율은 7%에 불과했지만 2021년 11.6%, 2022년 13.0%, 2023년 13.4%로 높아졌습니다.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학원 방문이나 학습지 교사의 방문을 꺼리게 된 데다 학교에서도 비대면 수업을 경험하게 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 참여가 늘어났습니다.

교육 업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에듀테크’ 상품을 앞세워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학생들의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학생별 실력에 따른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주요 ‘셀링(판매) 포인트’였습니다. 천재교육의 ‘밀크T’, 메가스터디교육의 ‘엘리하이’ 등 초·중등 대상 에듀테크 콘텐츠를 내놓은 업체들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그런데 연일 오르던 초등학생의 인터넷·통신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12.7%로 소폭 떨어졌습니다. 초등학교 2·4학년을 제외한 학년이 모두 지난해 인터넷·통신 사교육 참여를 줄였습니다. 특히 초1은 전년도 14.2%에서 10.9%로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른바 ‘에듀테크 붐’이 주춤한 것일까요. 에듀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맞춤형 학습’을 강조하지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기기를 이용한 수업보단 선생님과의 대면 수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보입니다.

경기 부천시에서 초6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한모씨(44)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A사 디지털 학습지 무료 체험을 신청했습니다. ‘개인 맞춤 1:1 학습관리’를 내세운 업체의 홍보에 넘어갔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실망이 컸다고 합니다. 한씨는 “아이가 인터넷 강의만 틀어두고 집중은 안 하니 무용지물이었다. 영상을 막 넘겨버리는 걸 보면서 오히려 관리가 어렵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한씨는 결국 등록을 미루고 강사와 마주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소규모 영어학원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2년 약정 기준 에듀테크 가격대가 월 12만원 선에 형성돼 있는데 월 35만원 상당의 학원이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초5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42)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명 에듀테크 학습이라고 해서 딱히 효과가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아이라면 뭘 시켜도 잘한다. 근데 그렇지 않은 아이는 (기기에) 집중하기 힘들어한다”며 “아이가 금방 흥미를 잃어서 약정이 끝나기도 전에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에듀테크로 학습했더니 연산 기초가 안 잡혀 있다고 해서 공부방을 다시 보냈다”는 경험담도 보입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학교 현장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1학기 초중고교 일부 학년에 자율 도입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사교육 시장의 에듀테크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씨는 “집에서도 (공부가) 잘 안됐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서 AI 교과서로 한다고 크게 다를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 수단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개인별 수준에 맞는 맞춤 학습을 제공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미 사교육 에듀테크 쪽에서 ‘맞춤 효과’를 보지 못하고 학원으로 되돌아간 학부모들은 AI 디지털교과서에 만족해 학원을 그만둘 수 있을까요.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사교육 에듀테크를 써본 학부모들이 단기간 이해력이나 암기력을 높일 땐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큰 효능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로 하는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우월할 수 있고 그결과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입시 정책이 불안정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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