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민족적 특색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언어와 문자” [2025 신년특집-광복 80년 한국인의 디아스포라]

2025-01-07

훈민정음서 이름 딴 ‘정음우리말학교’

베이징에 세워 졸업생 2000여명 배출

한국어 가르치며 민족정신 고취 힘써

조선족인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사회과학원 민족연구소에서 중국 55개 소수민족과 관련한 민족 이론·정책을 연구하다 1990년대 말 ‘조선족 위기설’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2012년 중국 조선족 학생들을 위한 ‘정음우리말학교’를 베이징에 세우고 지금까지 2000명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정 교수는 “남한의 한국어나 북한의 조선어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학교 이름을 훈민정음에서 따와 ‘정음, 우리말’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줄어드는 학생 수와 옅어지는 민족의식을 걱정하는 정 교수를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의 정음우리말학교에서 만났다.

억양이 다소 다를지언정 조선족들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것이라는 것은 이제 틀린 말이 됐다. 특히 연변조선족자치주를 제외하고 중국 대도시에 사는 조선족 어린이들의 경우 한국어를 못 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정 교수는 우연히 만난 한국인 유병수 박사와 의기투합해 학교를 만들었다. 이들은 2012년 12월 유 박사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한국 서점 창고에 처음 학교 문을 열었다.

처음 수강생은 4명이 전부였지만 수강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성장이 빨랐다. 정 교수는 “2014년 가을학기부터 수강생 100명을 넘어섰고, 이후 학기마다 100명 이상을 유치했으며 가장 많을 때는 수강생이 138명에 이르렀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민족이 쓰던 언어를 통해 조선족의 뿌리를 찾고 민족 문화를 가르치자는 취지로 학교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라 한국어를 통해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정 교수가 특히 언어에 집중하게 된 것은 조선족 민족정신의 구심점이 우리말과 우리글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조선족)는 서북 지역의 민족처럼 공통의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소수민족 중 도시화가 가장 빠른 상황에서 다이(傣)족처럼 폐쇄적인 공동체도 아니다”며 “우리에게 민족적인 특색을 말할 때 중요한 것이 언어와 문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민족의 언어가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은 그로서도 아쉽다. 정 교수는 “최근에는 중앙정부에서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다원성을 조금 약화시키는 경향이 보인다”며 “소수민족 역시 중국인인만큼 당연히 푸퉁화(만다린)를 알아야겠지만 소수민족의 언어도 잊혀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베이징=글·사진 이우중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