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은 정확히 1년 전인 2024년 12월 3일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국회 앞에 몰려들어 퇴진을 외쳤던 시민들은 비상계엄 1주년인 이날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국회대로에 다시 모여 패딩과 장갑 등으로 중무장을 한 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았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시민들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1년 전 계엄령 선포가 믿기지 않는 듯 걱정스러운 눈으로 연신 한숨을 내쉬며 휴대전화에 나오는 뉴스를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던 시민들은 이제는 흘러나오는 아이돌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 ‘내란 외환 청산하자’, ‘내란세력 완전 청산’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 피켓을 들고 목청껏 구호를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 퇴진 집회 당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아이돌 응원봉도 이날 다시 집회현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10대와 20대 집회 참석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 가수의 형형색색 응원봉을 노래에 맞춰 흔들고 있었다. 이색 분장을 한 집회 참가자도 눈길을 끌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유명 해외 영화 ‘고스트라이더’ 분장을 하고 나타나 시민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은박 담요를 몸에 두르고 있는 일명 ‘키세스’들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시위 이후 다시 등장했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보온 기능이 있는 은박 담요를 몸에 둘렀고, 이러한 모습이 마치 미국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키세스’와 닮았다는 이유로 키세스 시위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30대 직장인 강 모 씨는 “국민이 주권을 지켜낸 뜻 깊은 날이라고 생각해 퇴근하자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왔다”며 “1년 전 계엄이 선포됐을 당시에는 퇴근하고 잠에 들어 국회 앞으로 나오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 때부터 1주년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고 말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도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경호 등의 문제로 뒤늦게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위해 우려 등 경호의 사정으로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기념식을 마무리한 뒤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행진한 후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인근에서 진보 단체인 촛불행동은 ‘전국동시다발 국힘당 해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이 불법이었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을 말끔히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가야 할 시기에 국힘당이 아직도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 자체가 내란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로 진보 단체인 자주통일평화연대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혐의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보수단체도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 집결해 맞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B.O.S.S홍대'는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윤어게인’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50여 명은 12·3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부르며 계엄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화문과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다시 홍대입구역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했다.
신자유연대 등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 인근에서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자유대학은 오후 3시,'자유민주주의 청년들' 등은 오후 5시부터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집결해 '12·3 계몽절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집회 신고 인원은 100명이다.
크고 작은 충돌도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보수단체 집회 현장에 접근한 한 진보 성향 유튜버와 참가자들이 고성을 주고받았다. 유튜브 촬영 직원이 멱살을 잡히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경찰이 개입하기도 했다. 인근을 지나는 행인이 집회 소음에 항의하거나, 서로 다른 집회의 참석자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관찰됐다.
늦은 시간에도 충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경찰도 집회 관리에 나섰다. 경찰은 여의도 일대에 기동대 83개 부대, 약 5400명을 배치해 충돌 방지에 만전을 기한다. 서울경찰청은 국회대로 집회 장소 반대편을 가변차로로 운영하고, 행진 구간에서도 남북·동서 방향 차량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교통경찰 270여 명도 현장에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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