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촌리(院村里)의 눈
송선영(1937~ )
예전에,
예전에 뇌며
꿈꾸는 보리밭에
세상에,
세상에, 뇌다
열 오른 툇마루 앞에
넉넉히 함박눈 오시네.
붉은 빛 벙근
하얀
아침.
-한국현대시조대사전
한국인의 정서적 정통성
‘꿈꾸는 보리밭에’ 내리는 눈은 ‘예전에, 예전에’ 하며 거듭 말하는 듯하다. ‘열 오른 툇마루 앞에’ 내리는 눈은 ‘세상에 세상에’ 하며 중얼거리는 듯하고, 상처 많은 원촌리의 아침을 하얗게 덮어주며 눈이 내린다.
‘시조가 있는 아침’에서 그동안 고시조 150수와 현대시조 150수가 소개되었다. 선인과 현대인의 작품을 매주 번갈아 소개하며 느낀 것은 ‘그 정서가 어쩌면 이다지도 닮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한국인의 정서적 정통성이 700년 된 노래 시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시조는 K포엠(Poem)의 대표주자로서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