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마라톤 주자로 알려진 파우자 싱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114세.
APF통신은 “싱이 14일(현지시각) 인도 펀자브 주 잘란다르 지구 고향 마을 비아스 핀드에서 도로를 건너다 차량에 치이는 사고로 숨졌다”고 16일 전했다. 그의 전기를 쓴 작가 쿠쉬완트 싱은 SNS 플랫폼 X에 “‘터번을 쓴 토네이도’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며 “그는 마을에서 길을 건너던 중 정체불명의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평안히 쉬시길”이라고 적었다.
싱은 1911년 4월 1일 당시 영국령 인도 펀자브 지역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네 형제 중 막내였고,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다리가 약했다. 이로 인해 ‘막대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놀림을 받았다. 그는 청년 시절 아마추어 러너로 활동했으며,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단 이후 달리기를 중단했다.
그의 삶은 80대 후반부터 극적으로 바뀌었다. 1992년 아내의 사망, 이어 1994년에는 아들을 건설 현장 사고로 잃었다. 그는 1995년 89세 나이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는 2000년 런던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03년 토론토 워터프런트 마라톤에서 92세로 추정되는 나이에 5시간 40분이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같은 해 런던 마라톤에서는 6시간 2분에 완주했다.
100세가 된 2011년 캐나다 토론토의 특별 대회 ‘파우자 싱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단 하루 만에 100m부터 5000m까지 8개 종목을 소화하며 100세 이상 연령대에서 5개 세계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그는 100m를 23.14초, 800m를 5분 32초, 5000m를 49분 57초에 주파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토론토 워터프런트 마라톤에서 8시간 11분 6초에 완주하며 ‘100세 이상 최초 마라톤 완주자’로 역사에 남았다. 2013년 홍콩 마라톤 10㎞ 부문을 1시간 32분 28초에 완주한 뒤 은퇴를 선언했고, 그 이후에도 각종 행사와 대회에서 참석하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는 여러 연령대에서 수많은 기록을 경신했으나, 공식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없어 기네스북 등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영국 여권에는 생년월일이 1911년 4월 1일로 기재되어 있다. 그는 전 세계 언론과 스포츠계로부터 ‘세계 최고령 마라토너’로 명명받으며 활동했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으며, 2004년 스포츠 신발 광고에서는 데이비드 베컴과 무하마드 알리와 함께 등장했다. 2011년에는 자서전 ‘터번을 쓴 토네이도’가 발간됐고 같은 해 미국에서는 ‘엘리스 아일랜드 명예훈장’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2015년 ‘영국 제국 훈장(BEM)’을 수훈하기도 했다.

싱은 키 172㎝, 체중 52㎏으로 매우 가볍고 단단한 체격을 유지했다. 그는 “나는 담배도 술도 하지 않고, 간단한 채식 위주 식단을 유지해왔다”며 “매일 ‘푸르카(밀전병)’, 달(렌틸콩 스튜), 녹색 채소, 요거트, 우유, 생강차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20마일은 쉽지만 마지막 6마일은 힘들다”며 “신과 대화하며 달린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X를 통해 “파우자 싱은 그 독특한 인격과 젊은이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는 대단한 결단력과 헌신을 보여준 운동선수였다”고 추모했다. ‘달리는 수도자’, ‘터번을 쓴 토네이도’, ‘100세의 희망’이라 불린 파우자 싱은 단지 마라톤을 완주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달렸고, 인간의 가능성과 정신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