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가족 잃은 슬픔에 남은 가족에 대한 돌봄이 어려울 수 있다."
지난 3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가족에 대한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와 같이 언급했다.
가족의 죽음으로 큰 구멍이 남아도 삶은 계속된다. 거기엔 본인과 남은 가족을 챙겨야 하는 책임이 남는다. 슬픔을 함께해 주는 타인조차도 책임을 거들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때 국가는 공백을 거들어 줄 의무가 존재한다. 구멍이 너무 큰 나머지 유가족이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짧고 건조한 문장이지만 유가족이 겪는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과 정부의 역할을 잘 짚어냈다.
경제 수장에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되며 최 권한대행의 모두발언(회의·연설 등 첫머리에 하는 말)은 달라지고 있다. 기존 모두발언은 대부분 현재 경제 여건이나 정책안을 짚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다르다. 정치적 혼란과 큰 참사까지 덮친 가운데 더 신중하게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주요현안 해법 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간곡히 말씀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 부상이나 정부 기관 간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원론에 그친 입장이지만 이는 기존 모두발언에서는 준비하지 않았던 말을 추가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에게) 경제는 항상 해 오던 것이고 모두발언 작성도 익숙하지만 경제 외적인 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최근 모두발언에서도 기존엔 없던 내용을 추가할 만큼 발언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엄에 비극적인 사고까지 2024년 겨울 국민들을 할퀴고 갔다. 하루이틀이 아니던 경기 불황은 사회 분위기에 더 얼어붙었다. 1953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경제성장률이라는 저성장 쇼크에 마주하게 됐다. 선출된 권력이 아닌 최 권한대행이 민감한 사안에 목소리를 크게 내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어려움에 갇힌 국민 삶의 세심한 관찰과 전달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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