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례행사처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이 올해는 소식 없이 조용하다. 실제로 올해 서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태풍 20개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아직 없다. 지난 2일 발표된 21호 태풍 마트모는 필리핀을 거쳐 중국으로 간다. 연휴 후반에 발생 가능성이 있는 22호 태풍 할롱도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로 뜨거워진 해면의 공기가 수증기를 빨아들이며 상승기류를 만들다 하늘에서 찬 공기를 만나 형성된다. 해수면 온도가 주요한 형성 요인인 만큼 여름, 가을에 많이 발생한다.
추석 연휴 전후로 태풍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본 사례도 잦다. 대표적으로 1959년 발생한 ‘사라’, 2003년 발생한 ‘매미’가 있다. 추석을 나흘 앞두고 북상한 ‘힌남노’ 같은 사례도 빈번해 추석 밥상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추석 당일 북상한 태풍 사라는 전례 없는 피해를 낳았다. 인명피해 3382명(사망 603, 실종 246, 부상 2533), 선박 파손 1만1704척, 건물 파손 586동에 이르렀다. 재산 피해는 당시 화폐 가치로 700억환(70억원)이며 2023년 가치로 환산하면 약 6275억 원이다. 당시 제대로 된 방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앙관상대(지금의 기상청)가 “태풍은 대륙까지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대체로 날씨가 갤 것”이라고 오보하기도 했다.
역대 최고 위력 태풍 매미




태풍 매미는 추석 하루 뒤에 제주도를 거쳐 경남으로 상륙했다. 위력을 측정하는 기준인 중심 최저기압이 950hPa로 역대 최고다. 순간풍속 최고치도 경신했다. 태풍 매미로 의한 인명피해는 132명(사망 119, 실종 13, 부상 366)에 달했다. 태풍이 동반하고 있는 집중호우와 폭풍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태풍 링링·힌남노 등···추석 앞두고 온 태풍들




과연 올해는 태풍 없는 한 해될까?
올해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태풍 없는 여름으로 기록됐다. 다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은 점점 여름보다 가을에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가을 태풍의 경우 약해진 고기압으로 장마전선을 동반해 여름 태풍보다 큰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유의가 필요하다.
만일 10월까지 한국에 영향을 끼치는 태풍이 없다면 1951년 이후 기록된 태풍 관측에서 1988년과 2019년 이후 3번째로 기록된다.
기상청은 가을 태풍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와 열대 요란 등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날씨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발표하는 최신 예보를 참고해 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