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 10일에 달하는 기나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전력 당국은 비상에 걸렸다. 전력 수요가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량은 외려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수급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전력 당국은 최대 8기의 원전을 멈춰가며 전력 수요 감소에 대응할 방침이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벽 순간 전력수요는 49GW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일일 최소전력수요가 54GW대였는데 이보다 5GW 가까이 더 낮은 기록이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석연휴에 따른 조업 중단에 들어가는 주말부터는 전력 수요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 수요 감소가 문제인 이유는 전력망은 항상 수요와 공급을 일정하게 맞춰야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력 수요가 감소하면 이에 맞춰 전기 공급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봄가을철에는 날씨가 선선해진 덕에 냉난방 수요가 사라진다. 휴일에는 산업용 전기 수요가 낮은 수준을 보이기 때문에 매년 봄가을철에 연휴가 끼면 연간최저전력수요를 기록하게 된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소 비중이 늘면서 공급 관리가 까다로워졌다. 대형 중앙집중식 발전소만 있던 과거에는 발전소를 필요한 만큼만 켜두면 손쉽게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이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20%를 넘어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태양광 발전소는 주로 민간 소유인 데다 규모가 평균 규모가 작은 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시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용량 20MW 이하의 비중앙 발전소가 약 16만 9000곳인데 수급 조절을 위해 이들과 일일이 연락해 출력제어나 공급중단을 요청해야 하는 형편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봄·가을 한낮 기온인 20~25℃ 사이에서 가장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봄가을 전력 수급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가장 발전량이 많을 때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대형 발전소 전원을 최대한 내린 뒤 태양광 발전소의 출력을 상황에 맞춰 제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상청 기상 예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추석 다음날인 7일 전력 최저수요가 33.8GW로 가장 낮을 전망이다. 이는 올해 최저수요인 5월 4일의 35.8GW보다도 낮은 수치다.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이 40GW인데 이보다도 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저전원 대형 발전소 운영은 최소한으로 할 수밖에 없다. 전력 당국은 비수도권 석탄화력 발전소 55기 중 필수운전발전기 13대를 제외한 모든 발전소는 추석 연휴 동안 문을 닫을 방침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총 26기 중 최대 8기가 작동하지 않을 예정이다. 당초 6기는 추석연휴에 계획예방정비 등이 잡혀있어 운전하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정비 일정 등을 조절해 2기를 더 쉬는 방식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대표적인 기저 전원이다. 기저전원은 24시간 일정한 발전량을 유지하며 최소공급량을 채우는 발전소이기 때문에 수요가 낮은 시기에는 발전소 전원 자체를 끄는 것이 낫다. 실시간 전력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운영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발전소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우선 에너지저장장치(ESS) 의무 충전 시간을 기존 오전10시~오후3시에서 오전10시~오후4시로 1시간 연장한다. 저장량을 늘려 한낮시간 공급량을 줄여보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이 예상되면 사전예고를 거친 뒤 민간 발전사를 대상으로 출력을 제어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중 한전과 협력사는 총 2만 1000명의 비상근무 인력을 투입해 대응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아파트 등 고객설비에서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대비해 비상발전기 투입, 이동용변압기 설치 등을 24시간 긴급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