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과 관련한 소송전이 본격화되는 데다 경영 악화 리스크에 신규 수주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업계 1위 한국자산신탁이 지난해 1~3분기 중 계약을 체결한 신탁 수수료의 약정액을 뜻하는 신규 수주액은 498억 원으로, 전년 동기(604억 원) 대비 약 18% 감소했다. 이는 관련 수치를 공시한 2017년(1~3분기) 이래 역대 최저 규모다. 한국자산신탁의 신규 수주액은 2017년 2000억 원에 육박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현실화한 2023년 1000억 원을 처음으로 밑돌았고, 지난해에는 500억 원을 간신히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책준형 신탁을 둘러싼 소송전도 잇따르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이달 서울 서대문구 도시형생활주택과 부산 오피스텔 개발 사업 대주단으로부터 각각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을 사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2건의 소송 가액을 합하면 436억 원에 달한다. 신한자산신탁도 지난해 말 세종시의 한 숙박시설 개발사업 대주단으로부터 600억 원대 청구 소송을 당했다. 팬데믹과 자잿값 상승 등 여파에 시공사가 책임준공 약정일보다 약 1년을 지난 시점에 준공을 마치면서 불똥이 보증을 선 신탁사로 튄 것이다.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책준형 신탁 문제가 본격적으로 2023년부터 불거졌고, 올해 줄줄이 소송 결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신탁사가 패소할 경우 비용부담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경기 악화에 올해 건설사 부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신탁사에 부담이다.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국내 건설업체는 총 29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하반기 정기평가에서 신한자산신탁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코리아신탁 장기 신용등급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윤기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책준형 토지신탁 신규 수주가 감소하면서 외형이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사업장 관련 우발부채 현실화로 자산 건전성도 다소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