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삶에서 항상 행복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불행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는 부부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과 불행을 함께 겪으며 사는 게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를 맡고 있는 묘장 스님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혼 남녀가 만나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되면 교제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라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 등을 통해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를 속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평소 구호·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아 전쟁과 기근·재난 등이 발생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묘장 스님은 요즘 젊은 남녀 짝지어주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2023년 11월 ‘청춘 남녀의 만남 템플스테이’라는 콘셉트의 ‘나는 절로’를 기획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에 대해 묘장 스님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정말 큰 문제인데 결국 요즘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청춘 남녀 간 짝을 맺어주는 것에 불교계가 나서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재단은 다음 달 18~19일 양일간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만 20~39세 미혼 남녀라면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 중 남녀 각각 10명을 선정한다. 선정된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1대1 로테이션 차담, 산책 데이트, 야간 데이트, 스님과의 차담 등에 참여해 인연을 맺어간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도 참석한다.

‘나는 절로’ 참가자를 선발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 결혼에 대한 마음이 있느냐다. 묘장 스님은 “프로그램의 목표는 남녀가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이어져 예쁜 아이를 낳는 것”이라며 “이에 참가 신청을 받을 때 연애만 원하는지 결혼까지 염두에 두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는 절로’를 통해 지금까지 맺어진 커플은 30여 쌍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웨딩마치를 울린다는 소식이 하루 빨리 전해지기를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묘장 스님은 “‘나는 절로’에서 맺어진 커플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한다면 흔쾌히 할 생각”이라며 “이미 결혼식 주례사도 초안을 써놨다”고 미소 지었다. 주례를 통해 신랑·신부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느냐는 질문에 그는 불교의 경전 ‘아함경’에 나오는 예화를 들려줬다.
“아함경에 보면 어느 날 한 총각에게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찾아와 집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불행’이라는 박색한 여인이 찾아왔는데 총각은 불행을 보자마자 내쫓으려 했죠. 그러자 불행이 ‘행복과 저는 자매입니다. 우린 항상 붙어 다니기 때문에 제가 떠나면 행복도 떠나죠’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리고 부부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묘장 스님은 행복과 불행이 자매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랑이 오래 가는 법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개개인은 여러 호칭으로 불리는데 결혼한 남자는 조카에겐 삼촌, 부모에겐 아들, 부인에겐 남편으로 불린다”며 “부인은 남편에게 때로는 어머니나 누나가 돼주고 남편은 부인에게 자상한 오빠나 아버지가 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의 모습으로만 살지 말고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상대를 대하라는 것이다.
‘나는 절로’ 프로그램은 봄·여름·가을에 한 차례 진행된다. 다음 달 쌍계사에 이어 7월 19~20일 경기 남양주 봉선사에서 열린다.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는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미혼 남녀를 엮어줄 계획이다. 묘장 스님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기관 등에서도 ‘나는 절로’를 함께하자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더라도 미혼 남녀들이 빨리 좋은 짝을 만나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