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잠재우려면, 먼저 ‘걱정·행복일지’ 써보세요

2025-01-31

윤제연의 즐거운 건강

불안은 우리가 위협을 감지하고 이에 대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신호(signal)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불안에 사로잡혀 평정을 잃으면 이는 감정적인 고통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불안감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리면, 불안의 감정은 우리 삶을 더욱 좌지우지하고 우리 삶의 행동반경과 선택의 자유로움이 현격하게 제한되고 만다. 그렇다면 앞날의 불확실함에 대한 버거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불안에 대처할 수 있을까.

감정 마냥 억누르려 하면 역효과

첫째, 지금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나는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와 같이 이름을 붙여 본다. 공포·불안·분노·슬픔·자책·외로움·좌절감·혼란감 등, 다루기 힘든 감정과 생각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종종 다시 마음에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을 마냥 억누르려 하면, 마치 용수철처럼 곧 다시 튀어오르기 쉽다. 대신 마음에 떠오르는 내용들을 관찰하고, “나는 오늘 밤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나는 슬픈 감정을 느끼고 있어” “나는 머리가 아프다는 신체 감각을 느끼고 있어”와 같이 언어의 형태로 표현해 보자. 나 자신을 내가 경험하는 감정이나 생각과 동일시하지 않게 되고, 막연한 긴장과 고통의 강도를 좀 더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계속 마음이 산란해져 집중이 어렵다면 걱정일지(오늘 걱정한 것 1줄 적기)를 기록하고 하루 1회 규칙적으로 검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불안·걱정에 소모하는 시간-에너지 자원의 절약을 도모할 수 있다. 행복일지(오늘 있었던 좋은 일 1줄 적기)도 같은 방식으로 해, 저하된 자기효능감(나는 취약하고 무력하다)과 앞날의 잠재적 위협-부정적 결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성의 균형맞추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불안·걱정에 대처하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value)를 실현하기 위해, 나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우선 지금 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불안·걱정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존중·유머·인내·용기·정직, 사람들과 서로 아끼고 돌보기, 친절 등의 가치(value) 중 어떠한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검토해 본다.

다음으로는 내가 걱정하는 일과 관련,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본다. 그럴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워 본다. 최선의 상황 또한 생각해 보고, 최악의 상황-최선의 상황 범위 안에서 실제로 발생 가능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 각각에 대한 대처계획을 세워 본다.

나아가 나에게 중요한 가치 실현을 위해 지금 내가 하는 행동 중 변경하거나/시작하거나/중단하거나/지금보다 좀 더 많이 하거나 줄여야 하는 일들은 무엇일지 생각하고 실천한다. 자신을 돌보는 운동하기와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기, 그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안부 전하기,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서 함께하기등 보다 간단한 방법부터 행동으로 옮겨볼 수 있다.

셋째, 지금 현재 내 신체의 감각을 집중하여 관찰하면서, 불안·걱정이 아닌 ‘지금 이 순간’으로 나의 주의를 가져와 머무른다. 지금 나의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여전히 관찰하는 상태로, 동시에 지금 이 순간 나의 몸의 감각과 자유로운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 의자에 앉아 있다면, 앉은 상태 그대로 발바닥을 땅바닥에 굳게 디뎌 본다. 힘을 빼고 구부러져 있던 등을 다시 곧게 펴고 앉는다. 무릎 위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양손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서로 마주 대고 가볍게 부딪히면서 움직임과 부딪힘의 느낌을 알아차린다. 팔과 목을 천천히 펴서 스트레칭하고, 움츠려 굳어져 있던 어깨를 천천히 돌려 본다. 배를 천천히 부풀리면서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넷째, 지금 현재 내 몸이 머무르고 있는 장소를 오감으로 관찰하고 현재 내가 하는 일에 다시 주의를 집중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던 눈을 들어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방을 둘러보자. 지금 나의 눈에 들어오는 물건 다섯 가지를 관찰한다. 마치 나의 눈이 카메라의 렌즈가 된 것처럼, 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간략히 묘사하거나 영상 자막 문구를 작성해 본다. 이어 지금 나의 귀에 들려오는 3~4가지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떠한 소리인지 알아맞혀 본다. 지금 코와 입으로 느껴지는 냄새와 맛 또한 알아차린다. 지금의 공간에서 나의 시각/청각/후각 경험으로 주의를 모은 후, 지금 이 순간 내 손으로 하고 있는 일을 알아차리고, 불안·걱정이 아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다시 집중한다.

감정보다 행동 통제하기가 더 쉬워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온전히 예측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공포와 불안을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행동에 옮길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많은 부분 우리 자신의 통제 하에 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것이 조금 더 용이하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하여 움직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윤제연 서울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신건강의학과와 공공진료센터 일마음건강클리닉(직원상담)을 담당하며 서울의대 연건학생지원센터 센터장도 겸한다. 『행복한 직장의 조건』 『심리도식치료의 실제』 등의 공동역자이기도 하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