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012330)의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세스가 기능안전 국제표준인 ISO 26262 인증을 최고 등급으로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인증으로 현대모비스가 설계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제품 단위로 인증을 받은 것과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는 세계적인 권위의 자동차 기능안전·사이버보안 전문 심사기관 독일 엑시다(Exida)에게서 ISO 26262를 취득했다고 21일 밝혔다. ISO 26262는 차량용 전기·전자시스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국제 표준으로 2018년부터 차량용 반도체도 적용해오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사례처럼 특정 제품 단위를 넘어 반도체 설계부터 품질 검증에 이르는 연구개발 플랫폼 전체가 이번 인증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글로벌 전문 기관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설비는 물론 위기 관리 능력, 연구원들의 기능 안전에 대한 의식 함양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통상 마이크로컨트롤러(MCU)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는 단일 제품으로 인증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현대모비스는 ISO 26262 인증을 위한 차량 안전 무결성 기준(ASIL)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D등급을 받았다. ASIL은 A부터 D까지 총 4단계로 나뉘며 D등급은 99% 이상의 엄격한 신뢰도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 현대오트론으로부터 차량용 반도체사업을 인수한 이후 자체 설계한 반도체의 양산 성과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이번 인증을 계기로 자체 설계한 반도체와 이를 탑재한 제어기와 핵심부품의 경쟁력이 동시에 향상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고객사들도 표준 인증 체계를 갖춘 부품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희현 현대모비스 시스템반도체실장 상무는 “이번 인증으로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좌우하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전략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며, “기술 내재화와 함께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기능안전을 강조한 연구개발 환경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에어백용 통합반도체, 친환경차용 전원반도체, 모터제어용 통합반도체, 전장부품인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전원반도체 등 총 16종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올해 양산하는 반도체 수량만 2000만 개를 상회한다.
배터리관리시스템, 램프, 통신용 반도체와 네트워크 시스템 온 칩(SoC) 등 11종의 차세대 반도체는 3년 내 완료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기능안전 인증을 받으며 확보한 노하우를 국내외 주요 협력사와 공유하고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실제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글로벌테크놀로지와 올해 공동랩을 신설하고 스마트앰비언트 차세대 램프반도체 등의 연구개발 성과를 거두는 등 협업 사례를 늘리고 있다. 동운아나텍과는 구동통합반도체 개발을 마쳤으며 조만간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