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의 휴간

2025-02-11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지난해까지 한인의 이산(離散) 문학 혹은 디아스포라 문학을 다루는 ‘너머’라는 웹진을 출간해왔다. 이산 혹은 디아스포라 문학이란 한국 내에 거주하지 않는 한인(한국 시민권 소유자가 아니더라도)이 한국어로 혹은 현지어로 생산한 문학을 이른다. 이산 문학은 자발적으로든 환경의 압박에 의해서든 자신의 고향으로부터 이주한 개인들의 경험과 정체성, 문화적 유산을 탐색하고 떠나온 문화와 새로 정착한 문화 사이에서 사는 일의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다룬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이며 다른 나라의 한 귀퉁이에 살고 있는 그들의 역사는 그 나라의 역사책에 기록되기보다는 그들이 남긴 일기, 수기, 신문 기사, 수필, 시, 소설, 희곡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록들이 아니면 우리가 어찌 연해주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 사할린 동포들, 재중·재일 동포들과 하와이로 이주한 계약 노동자들, 미주에서 조국의 독립을 도모하던 지식인들, 남미의 한인 동포들, 독일로 간 광부들과 간호사들, 구미로 입양된 고아들, 자발적 이민으로 세계 각지로 흩어진 한인들의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계간 웹진 ‘너머’는 2022년 11월 창간됐다가 2024년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산 교부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로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새로운 사업을 펼쳐야 하고 예산을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으니 과거의 사업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 발간된 웹진 ‘너머’에 실린 글들을 살펴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 없었다. 국가의 경계를 넘기는 했지만 이산 문학도 분명히 한국 문학이며 이들 문학은 한국 문학의 확장된 모습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번역 대상으로 포함돼야 할 중요한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어로 창작된 이들의 문학 중 대표성 있는 작품들은 한국어로 번역돼야 하며 또 한글로 창작된 작품들도 번역돼 해외에 소개돼야 한다. 이렇게 확장된 한국 문학의 범주를 통해 내국인들은 지구상의 한인들이 살아온 궤적에 대한 좀 더 총체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또 한인 작가가 거주하는 나라에 사는 독자들은 현지어로 번역된 혹은 현지어로 창작된 이산 문학 작품들을 다른 한국 문학 작품의 이해에 이르는 통로로 사용해 한국 문학에 대한 좀 더 친밀한 지형도를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현지어로 창작된 이창래의 ‘네이티브 스피커’, 이민진의 ‘파친코’, 리 아이작 정의 ‘미나리’,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 등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미 현지인들에 의해 한국 문학의 일부로 인지되고 있으며 그들이 한국 문학에 진입할 수 있는 친숙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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