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동맥’ 유통산업
AI 도입으로 새 기회 모색
유통업계 AI 활용률 제고
물류시설 디지털 전환 ‘박차’
유통 AI 분야 창업 활성화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경제를 지탱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물류·유통산업에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거세다. 세계 각국은 더 효율적인 물류·유통을 위해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을 강구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국내 유통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AI 활용 기반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유통기업 AI 도입 ‘속도’
물류는 국내·외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물리적 경제활동이다. 운송, 보관, 하역 등과 이에 부가돼 가치를 창출하는 포장, 조립 등 가공 및 정보활동이 포함된다.
국가 경제의 ‘대동맥’으로 비유될 정도로, 물류·유통산업은 생산과 아울러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계는 급증하는 배송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비용 부담을 덜고 소요 시간을 줄이면서 인력 운용의 어려움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격화된 경쟁 속에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더군다나 노동 집약적인 유통산업의 특성상 청년 구직자의 선호도가 낮아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실이다.
업계는 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복잡한 가치사슬(value chain)과 높은 인력투입 비중으로 AI를 활용한 효율화·최적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유통 분야에 AI를 활용하면 재고 관리, 배송 경로 산출, 창고 작업 등 전반에 효율을 높이고 유지보수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인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물류의 각 단계에 고성능 AI와 이를 뒷받침할 고품질 통신망, 자동화 설비를 대거 투입하며 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아마존은 AI 기반 수요예측을 통해 재고 회전율을 35% 이상 개선, 재고비용을 절감하고 재고 부족으로 인한 기회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월마트는 매장 내 자율이동로봇(AMR)을 도입해 상품 위치, 가격, 재고 등을 점검·분석하도록 하고 재고 확인 속도를 50% 높였다. 배송 시에도 비효율 경로를 우회하도록 함으로써 평균 배송 시간을 10~15% 단축했다.
취약한 국내 여건 극복 ‘시급’
국내에서도 물류·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인운반차(AGV) 같은 AI 기반 물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AGV를 활용해 전체 작업량의 65%가량을 자동화했다. CJ대한통운은 주문정보를 토대로 적합한 크기의 박스와 완충재를 추천해 상품을 담아내는 스마트패키징 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이 분야별로 활성화된 AI 기술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유통기업의 AI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는 유통 AI 시장 규모가 아직은 작아 AI 기술기업의 성장 기회 확보에 한계가 보이는 실정이다.
유통업계도 AI 활용이 제한적인 환경에 놓여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형 온·오프라인 업계는 각종 규제와 미비된 정책에 AI 투자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으며, AI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 업계는 AI 활용을 위한 디지털 전환과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한편 ICT 인프라 업계는 물류·유통산업에서 새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해외 시장을 주름잡는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소수의 ‘빅테크’들이 국내에서도 AI·클라우드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KT, NHN 등 국내 인프라기업들도 유통 분야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KT의 경우 한국형 AI·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2028년까지 2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통산업 AI 활용 전략 추진
이 같은 여건 속 AI 활용을 통한 유통산업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4월부터 학계, 업계 등 유통산업 전문가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최근 ‘유통산업 AI 활용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유통산업 AI 활용률 제고 △유통산업 AI 확산을 위한 생태계 활성화 △유통산업 AI 활용 기반 구축 등 3가지로 구성됐으며, 상품화, 마케팅, 매장관리, 물류·배송, 고객 경험 등 유통의 5대 분야별로 AI를 활용한 혁신 방안을 담아냈다.
먼저, 현재 3%에 못미치는 국내 유통기업들의 AI 활용률을 향후 3년 내 30%까지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유통기업들이 AI 활용 분야, 비용, 시스템 구축 기간과 필요 데이터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유통기업들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활용 표준 매뉴얼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매뉴얼을 바탕으로 유통기업 대상 AI 활용 컨설팅 제공, 20건 내외의 AI 활용 솔루션 개발 등을 지원하고, 유통 분야 AI 활용 프로젝트를 100건 창출해 유통산업에서 AI 활용 확산을 유도한다.
AI 활용을 위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중소 유통기업에 대해서는 디지털 인프라·기기를 확산하는 한편, 포항·창원·부천 등에 구축된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를 AI 자동화 시설로 고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유통산업 AI 확산을 위한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한다. 유통업계와 AI 기술기업 간 상호 정보 교류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산업부는 ‘유통-AI 얼라이언스’를 구축, AI 활용 성공 사례를 발굴·확산하고, 민관협력 추진 과제를 발굴한다. 여기에는 산업부를 주축으로 유통기업, AI 기술기업, ICT 인프라기업, 공공·민간 투자사, 학계와 유관 협·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유통 AI 기술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규 펀드를 조성하는 등 자금 지원에도 나선다. 산업부는 유통 분야 AI 기술기업과 중소 유통업체 등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유통 분야 신규 펀드를 조성하며, 기업형 벤처투자사(CVC) 펀드도 2028년까지 총 10조원 이상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AI 개발 인력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 유통 관련 석·박사 대상 AI 역량 교육을 확대하고 구직자·종사자 대상 맞춤형 교육을 강화해 AI 역량을 갖춘 유통 인력을 2만명 양성한다.
이 밖에, 산업부는 AI·디지털 활용의 필수재인 유통데이터를 확충하기 위해 ‘상품정보 표준 데이터베이스’를 현재 40만건 수준에서 100만건까지 늘리고, 그 범위를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서 온라인으로까지 확대한다.
산업부는 이번 전략에 따라 유통산업의 AI 활용이 활성화되면 유통업계 재고비용 20% 감소, 소비자 배송 시간 10% 단축, 총배송비 20% 감소 등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오승철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유통 플랫폼 기업의 국내 진출 등으로 성장 정체와 경쟁 격화에 직면한 우리 유통산업에 AI를 활용한 혁신은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AI 활용 전략을 통해 유통산업의 혁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