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종점

2024-11-03

늦저녁 참새 한 마리

문 앞 복도에

들어와 있다

느슨한 날갯짓이다

손등 내어 주어도

자부는 눈꺼풀

네가 있을 곳 아닌데 싶어

손안에 가두어

퍼드덕 날린다

떠난다, 마지막 버스처럼

그제야 화들짝

어머니 생각은

시동이 켜지고

◇홍준표= 계간 <문장> 등단. 형상시학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시집 ‘커튼 콜’, ‘구조적 못질’, ‘오래 머물고 싶은 그늘’이 있음.

<해설>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사건 하나를 두고도 시인은 고민과 상상을 덧대어 시를 낳고 있다. 이 시의 매개는 참새다. 어떤 참새냐? 하면, 늦저녁 참새다. 이른 아침의 목청 맑 고 요란한 참새가 아닌 눈곱도 좀 끼인 나른한 참새일 것이다. 늙은 참새? 로도 보인다. 그런 참새를 만난 곳은, 행길가나 숲속도 아닌 내 집 문 앞이라는 데서, 예사롭지 않은 참새다. 그 참새의 상태는 시인에 의해 더 깊이 진단되는데 손등을 내어 주는, 손안에 가두어 푸드덕 날리는, 그렇게 손의 온기를 받는 참새는 떠난다. 날개를 흔들며 떠난다. 날리는 공중을 견디지 못해 어디로 떠나는 지는 독자 상상에 몫이다. 시인은 그런 떠난 참새를 두고 그제야 아차! 화들짝 어머니 생각에 시동을 켠다. 자신을 돌아본다. 이미 떠난 버스의 뒤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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