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을 눈감고 연다
저울의 눈금이 나를 누를 때도
미로 속 어둠 만나 헤맬 때도
폭풍우 속 혼자 걸을 때도
기쁨이 풍선처럼 부풀 때도
늘 소란스러운 잡념들과 거리를 두면서
혼자만의 고요를 찾는다
삶은 수수께끼들을 담은 방
모서리가 하나 되게 뭉근히 삭힌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감정들이
녹말처럼 잔잔히 가라앉은 뒤
기품 서린 보석이 되도록
◇박소영= 1966년 대구 출생. 2018년 『문학예술』등단. 대구문인, 수성구문인, 대구디카시인협회, 문장인문학회 회원.
<해설> 현대인들은 머리를 식히는 수단으로 요즘 “불멍” “물멍”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기도 또한 그런 자신을 찾고 비우는 그런 일련의 과정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지금 시 ‘기도’의 첫 연에서 기도를 “닫힌 문을 눈감고 연다”라는 아주 단순한 언술로 궁금한 시 중후반부를 궁금케 하므로 이미 시의 절반은 완성한 셈이다. 늘 소란스러운 잡념들과 거리를 두면서 혼자만의 고요를 찾는 행위가 기도인 것, 삶은 수수께끼들을 담은 방 모서리가 하나 되게 뭉근히 삭힌다는 직관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감정들을 녹말처럼 가라앉혀 놓는다. 이제 기도를 마친 시인은 저울의 눈금이 나를 누를 때도, 미로 속 어둠 만나 헤맬 때도, 폭풍우 속 혼자 걸을 때도, 기쁨이 풍선처럼 부풀 때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버겁게 느껴지던 시를 쓰는 일, 조차도.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