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위에 수레바퀴가 있었다면, 난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었을까? 어떤 정치인들이 뽑히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까? 머리 위에 수레바퀴가 있었다면. 그 사람의 정의와 불의의 비율을, 덕과 부덕의 비율을 보여주는 수레바퀴가 있었다면.
단요 작가의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2023)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다. 책은 한국 SF소설로 분류되어 있고, 실제로 한국 SF소설이지만, 내용은 소설이라기보단 르포에 가깝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의 머리 위에 그 사람의 도덕적 상태를 보여주는 수레바퀴가 나타난 후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취재하여 쓴 르포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청색 비율과 적색 비율은 그 사람의 행위에 따라 세심하게 조정되고 사람들은 이제 늘 서로의 머리 위를 본다. 연예인도, 정치인도 예외는 아니다.

천국일까. 지옥일까. 건조한 문체로 설명되는 세계는 끔찍하게 좋은 듯도 그렇지 않은 듯도 하고, 읽다 보면 그런 세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말미에 나오는 한 학생의 이야기에서 어떤 뭉클함을 느낀다. “아버지가 때리지 않아서 좋다고,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서 좋다고, 엄마가 생계 걱정을 멈추고 이혼을 결심해서 정말 좋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나는 늘 이 수레바퀴를 일종의 간절함으로 읽게 된다. 수레바퀴가 있었다면, 우리는 몇 명의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도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레바퀴도 없고 도움도 주지 못한 2025년의 한국으로 돌아오면 뒤늦게 할 수 있는 것은 애도와 분노 정도다. 아니, 어쩌면 다른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불의가 벌어지지 않도록, 수레바퀴를 대신해 뭔가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레바퀴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도록. 수레바퀴의 간절함은 그런 데에 있는 것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