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논설실장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땅은 영원히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노자의 도덕경 7장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는 하늘과 땅이 장구(長久)한 이유를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기부자생·其不自生)’이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오래도록 살 수 있다(故能長生·고능장생)’고 가르친다.
노자는 여기서 성인(聖人)이 어떻게 도를 닦아야 하는지 설파한 것이다.
▲천장지구는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장편 서사시 ‘장한가(長恨歌)’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백거이가 35세(806년) 때 장안 지역의 관리로 부임했을 때다.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으로부터 당 현종과 양귀비의 러브스토리를 시로 써 줄 것을 부탁받은 백거이가 이를 수락, 위대한 명시를 남긴 것이다.
장한가 마지막 구절에 ‘천장지구 유시진 차한연연무절기(天長地久 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라는 명구가 나온다.
‘하늘과 땅이 영원하다고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이 한은 끝없이 이어져 다함이 없네’라며 비극으로 막을 내린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를 천장지구를 끌어다가 애틋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백거이가 이들의 사랑을 아름답게만 묘사한 것은 아니다.
그 후 천장지구는 ‘영원한 사랑’의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1990년 개봉한 홍콩영화, 유덕화·오천련 주연의 ‘천장지구’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아련하게 담아냈다.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중앙일보가 ‘12·3 비상계엄 1년’ 특집기사를 연재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분석,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는 2일자 신문 ‘윤의 사람들이 말하는 계엄 진상’편을 통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윤 참모 중 적지 않은 사람이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게이트 등 김 여사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계엄을 단행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정부의 참모, 각료를 비롯 김 여사 라인 인사 등 수십명을 취재한 결과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 핵심 참모들은 갑작스런 불법 계엄의 이유가 부정선거 의혹, 민주당의 지속적인 탄핵과 예산 삭감 등에도 있지만 ‘김 여사 지키기’가 우선이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정권마저 내준 윤 전 대통령의 애처심도 천장지구에 빗댈 수 있을까. 지나가는 소도 어이없다는 듯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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