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도개선 추진
법인 성과 부진 땐 지정취소 의무화 등
평가 지표 세분화하고 상호 경쟁 촉진
경매 수수료 명목 4∼7% ‘안정적 수익’
회계법인·전문가에 적정성 의견 수렴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품목 대폭 확대
“유통경로 다양화로 소비자 부담 완화”
‘금사과’, ‘금배추’ 등 농산물 고물가 현상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 도매시장법인 유통 마진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된다. 특히 성과가 부진한 도매시장법인은 정부가 의무적으로 법인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매법인 평가 체계도 최하위 등급인 ‘미흡’과 ‘부진’을 분리하고, 법인 경쟁력 제고 지표 등을 신설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도매시장 법인 경쟁 강화를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도매법인의 폐쇄적인 수익구조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을 수집(위탁 또는 매수 방식)하고, 경매·입찰·정가·수의매매의 방법으로 중도매인에게 판매한다. 국내에는 32개 도매시장(청과부류)에 82개 도매법인이 활동 중이다. 이들 법인은 농산물 낙찰가격에 일정 부분 수수료(4∼7%)를 붙여 받아 운영된다.
현행 농안법에 따르면 도매시장법인은 5∼10년의 지정 기간이 만료되면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지정 취소가 임의규정으로 돼 있어 성과가 낮아도 퇴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정 취소가 이뤄진 사례는 관련 제도가 도입된 1976년 이후 단 6건뿐이다. 이마저도 부실 경영이나 체납 등의 사유로, 평가에 따른 지정 취소는 한 차례도 없다.
사실상 퇴출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도매법인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 모회사에 높은 배당을 해왔다. 국내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 5대 도매법인(농협 제외)의 2023년 평균 순이익은 5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도매법인의 수익구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모두 5대 법인이 과도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은 “현재 수수료가 7%로 돼 있는데 이것이 적정한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가락시장 5대 법인 영업이익률은 20%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이런 기업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매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산지→공영도매시장→대형마트→소비자’로 이어지는데, 중간 도매상인 도매법인이 경매수수료 명목으로 4∼7%를 가져가는 구조이다.
◆경쟁 강화하고 평가 지표도 재설계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도매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농안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성과가 부진한 법인은 반드시 지정 취소를 하도록 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년 연속 부진 평가 △지정 기간 내 3회 이상 부진 평가 △재무건전성 미흡 등에 해당되는 법인은 지정 취소를 의무화한다.
법인 위탁수수료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도매법인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는 경매 낙찰가액의 최대 7%다. 가락시장은 평균 4.7%, 지방 공영도매시장은 평균 6%다. 정부는 전문 회계법인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위탁수수료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도매법인 평가 체계도 개선된다. 현행 ‘5등급 평가+계량·비계량 혼합’ 방식에서 등급을 세분화하고 공공성 평가 지표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흡·부진 등급을 분리하고, 절대 점수 50점 미만은 비중에 상관없이 부진 등급을 부여하는 게 개선의 골자다. 더불어 상대평가를 강화하고, 기본배점을 최소화해 도매법인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대형법인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비계량 지표(25점)는 삭제하기로 했다. 또 출하 농업인 지원, 농산물 가격안정 기여 등 공공성 평가를 강화하고, 내부감시 등 법인 경쟁력 제고 지표를 신설한다.
정부는 경쟁 촉진 및 물류효율화를 위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 2024년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액 5000억원 달성에 이어 올해는 거래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가공식품·수산물을 중심으로 거래 품목을 271종까지 대폭 확대하고 예약거래 등 다양한 거래 방식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매법인 경쟁 촉진은 결과적으로 유통비용 절감 효과로 귀결된다”며 “온라인 도매시장 등 농산물 유통경로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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