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절감 정책 핵심인 알뜰폰(MVNO)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번호이동 순증 규모가 1년 만에 절반 이상 줄며 가입자 10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주춤하는 모양새다. 올해부터 전파사용료 부담마저 더해지면서 중소 알뜰폰 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수는 37만7432건으로 2023년 80만896건과 비교해 52.8% 감소했다. 번호이동 순증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유입된 고객에서 이통사로 이탈한 고객을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알뜰폰을 떠나 이통사로 이동한 고객이 전년보다 급증하며 알뜰폰 순증 규모가 크게 줄었다. 2021년 74만5653건으로 올라선 이후 매년 70만건을 상회하던 순증세가 절반으로 꺾인 셈이다. 지난해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알뜰폰 가입자 1000만 돌파도 아직까지 950만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이통 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로 알뜰폰 강점이었던 가격경쟁력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통신비 절감 기조에 따라 지난해 3만원대 저가요금제를 잇달아 내놨다. 온라인 전용 다이렉트 요금제와 연령별 혜택도 강화하며 고객을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알뜰폰 위기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도매대가 산정 협상이 사후규제로 전환되며 인하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전파사용료 부담마저 추가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중견·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전파사용료의 20%를 부과한다. 내년에는 50%, 2027년부터는 전액 납부해야 한다. 알뜰폰 입장에서 비용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그동안 중견·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한해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지난해 1~3분기 전파사용료 감면 추정액은 약 145억원이다. 사업자별로 유니컴즈(모빙)는 15억7100만원, 프리텔레콤(프리티)은 12억800만원, 큰사람커넥트(이야기모바일)는 11억9600만원, 한국케이블텔레콤(티플러스) 10억3900만원 등 매년 10억원이 넘는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을 받아왔다.
영세 알뜰폰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 전파사용료는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일부는 순손실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실제 중소 알뜰폰업체 여유모바일은 지난달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종료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사인 세종텔레콤도 알뜰폰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협회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알뜰폰 시장 위기 타개를 위한 사업 계획과 신규 이사진 선임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