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웰빙(well-being)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식혜’가 주목받고 있다. ‘동동’ 떠다니는 밥알이 씹히는 독특한 식감과 발효 과정에서 우러나는 은은한 단맛, 곡물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예부터 식혜는 명절날이나 잔칫날 빼놓을 수 없던 음식으로 여겨졌다. 최근엔 ‘한라봉 식혜’ ‘녹차 식혜’등 다양한 식혜가 출시돼 사계절 내내 즐겨 먹는 음료로 사랑받고 있다. 독특한 식감과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들도 찾는 ‘K-디저트’로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 K-푸드로 떠오른 식혜…‘한라봉 식혜’ ‘녹차 식혜’ 등 다양한 맛으로 재탄생
최근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혜를 찾는 외국인들도 늘었다. 미국이나 유럽 젠지세대 사이에서도 최근 발효 건강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의 전통 음료 식혜 역시 다양한 건강 효능과 매력적인 맛으로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밥알이 떠다니는 독특한 비주얼과에 거부감을 보이던 외국인들도 식혜를 ‘한국에서 꼭 마셔야 할 음료’로 소개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을 찾은 한 외국인은 레딧(Reddit)에 “밥알이 동동 떠다니는 식감과 과하지 않은 향이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이는 “한국의 전통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음료”라고 했고, “여름에 얼음과 함께 마시면 좋다”, “식감도 재밌고 달콤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최근엔 재료를 변형한 다양한 식혜가 출시되고 있다. 탄산을 넣어 에이드 형태로 변형하거나 ‘살얼음’을 동동 띄운 식혜, 한라봉 과즙이나 생강이나 유자 등을 가미한 식혜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인삼 식혜’, ‘녹차 식혜’ 건강 효과를 극대화 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 캔에 담아 유통기한을 늘린 ‘캔식혜’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수출도 가능해 계절에 상관없이 즐겨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됐다.
◆ 명절에 즐겨 마시며 ‘귀한 대접’…맛과 제조법도 다양해
한국의 전통 음료 식혜는 예로부터 ‘단술’, ‘감주’로 불리며 임금님 수라상에 자주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식혜가 가진 효능과 제조법에 대해선 1924년 이용기가 집필한 ‘조산무쌍신식요리제법’이나 고려시대 문헌 ‘동국이상국집’, 조선시대 ‘소문사설’에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식혜는 지역별로 각기 다른 맛을 지닌다. 조선 중기 어의를 지낸 이시필은 ‘소문사설’에 식혜라는 낱말을 처음 기록하고 “한양식 식혜보다 송도(개성) 식혜가 더 맛있다”고 언급했다. 현재도 소문사설의 식혜 기록은 지역별 맛의 다양성과 전통 제조법의 원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식혜를 제조하는 방법은 세련되고 정교한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시 제조법은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쌀을 쪄서 식힌 뒤 엿기름물(맥아물)을 부어 따뜻하게 삭히고, 너무 시어지기 전에 꿀이나 설탕을 섞어 차게 보관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 “매콤”, “달달”, “고소”…지역마다 맛과 제조법도 다양
식혜는 지역마다 제조법과 맛이 다르다. 안동에선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식혜를 설날에 주로 먹었는데, 현재도 지역 특산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안동에선 엿기름으로 단물을 만들고, 설탕과 밥을 함께 끓인 다음 차게 식혀서 먹는 식혜를 감주(甘酒)라고 불렀다. 이렇듯 안동식혜와 감주, 또는 식혜와 감주로 구분해 먹었다고 한다.
‘석감주’는 경상북도 구미시에 전해 내려온 식혜다. 옛 선산군 지역 일대에서 만들어 마셨는데, 달고 구수한 맛이 나며 색이 불그스름한 것이 특징이다. 엿기름과 밥 그리고 왕겨를 넣고 서서히 열을 가해 24시간 숙성시켜 마신다.
강원도에서는 찬 기후 탓에 엿기름 발효가 더디게 진행되므로, 발효 시간을 늘리고 쌀눈을 함께 넣는 전통이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강원도 식혜는 단맛보다 구수함이 두드러진다. 제주에서는 지역 특산물 감귤과 한라봉즙을 넣은 식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맛과 시트러스한 향이 가미돼 산뜻한 향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식혜는 건강면에서도 뛰어나다. 명절에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고 더부룩한 속을 개운하게 하며 갈증을 해소하는 효과가 탁월해 ‘천연소화제’로 불린다. 식혜의 주 재료인 엿기름에는 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풍부해 탄수화물 분해를 돕고, 당이 풍부해 허기를 달래주며 피로 회복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속이 편안한 특성을 지녔다.

◆ 냉장보관 중에도 ‘맛과 향 변질’ 가능성↑...“가급적 2~3일 내에 섭취”
식혜는 만든 후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식혜는 엿기름의 효소가 쌀의 전분을 분해하면서 단맛이 생기는 원리로 만들어지는데, 이때 효소 작용이 완전히 멈추지 않기 때문에 냉장 상태에서도 미세한 발효가 지속된다. 냉장 보관을 했더라도 용기가 팽창했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당분이 줄고 신맛이 날 수 있는데, 이는 식혜 특유의 달콤한 풍미를 떨어뜨리고 위생적으로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당분이 풍부해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형성되므로, 공기에 노출되면 미생물이 쉽게 번식한다. 때문에 냉장 보관을 했더라도 2~3일 이내로 먹는 것이 좋다. 장기간 보관을 위해선 냉장실보다는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나은데, 한 번 해동된 식혜는 미생물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 다시 얼려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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