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에서 재차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은 ‘4전 전패’의 초라한 성적만 기록했다. 검찰은 2심 과정에서 예비적 공소 사실, 증거 추가 등 ‘총력전’을 벌이고도 결과 바꾸기에는 결국 실패했다. 아직 대법원 상고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리한 수사로 기업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 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 등을 겨냥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18년 12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등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이 회장을 두 차례나 불러 조사했다. 각각 17시간이 넘는 ‘마라톤 조사’였으나 결론은 구속영장 기각이었다. 법원은 2020년 6월 9일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거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 필요·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사유였다.
검찰은 이 회장 측 요청으로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수사심의위 위원으로 선정된 15명(불참 1명, 1명 직무대행) 가운데 10명이 ‘수사를 중단하고 이 회장을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데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이라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었다. 다만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100% 수사심의위 권고를 따랐던 탓에 검찰이 느낀 부담은 컸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3개월 뒤인 2020년 9월 1일 이 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2년부터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등을 공소 사실에 담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아닌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목적의 합법적 과정에 따른 합병’으로 판단했다. 또 합병을 통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 공시, 분식회계 등도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2심도 이 회장이 ‘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의 핵심인 ‘경영권 승계’의 불법성 자체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너진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시작만 요란했을 뿐 알맹이는 없었다’며 검찰이 대법원 상고까지 가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