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협박글 게시돼 공공안전 위협
공권력 낭비·사회적 불안 야기
협박 실행 여부와 상관 없이 강력 처벌해야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10여년 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들어가기 전에 가방 검사를 했다.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이동할 때면 또 다시 가방 검사를 받아야 했다. 테러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태국에 놀러갔을 때는 대중교통인 지상철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를 타기 전에 검문했다. 폭탄 등 위협이 될 만한 소지품이 있는지 검문하는 것이었고 이 역시 테러 방지 목적이라고 했다. 두 나라를 여행하면서 이러한 검문을 하지 않는 한국은 안전한 국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더라도 검문을 하지는 않지만 테러가 이제 꼭 먼 나라 이야기 같지는 않다. 현실만큼 익숙해진 온라인에서 테러 위협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글이 올라왔다. 며칠 뒤에는 게임회사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글이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10년 전에 한 방송사가 찍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사람들이 같은 장소인 안동역에서 같은 시간에 만나자는 약속도 폭탄 테러 협박과 함께 흩어질 뻔 하기도 했다.
협박글을 올린 피의자들은 얼마 뒤에 체포됐고 실제로 폭탄 설치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만에 하나'라는 불안감에 대피해야 했다.
온라인 상에서의 테러 협박은 사람들에게 불안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비용도 발생시킨다. 신세계백화점본점 테러 예고글에 경찰특공대 242명이 투입됐으며 직원과 고객 4000명이 대피했다.
이러한 협박글을 올린 이들은 올해 3월부터 신설된 공중협박죄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기존 협박죄는 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했지만 법 신설로 테러 예고, 살인 예고 등의 공중협박을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 7월까지 발생한 72건의 사건 중 검찰에 송치된 것은 37명, 구속은 4명뿐이다. 법이 신설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경찰은 허위 협박과 거짓 신고에 대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형사처벌 외에도 손해배상 적용이 가능한지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상에 폭파 협박을 하거나 흉기 난동 협박을 했다면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협박글이 퍼지면서 이미 공공의 안전에는 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자신의 협박글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을 보며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허위 협박글을 올렸을 때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 이러한 행동을 방지하는 일이 필요하다.
공공의 안전은 공동체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허위 협박글이 만연해지면서 그에 익숙해지고 테러 위협에 무뎌지는 것도 공동체의 안전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를 위협하는 행동은 엄중처벌해야 하며 허위 협박이 계속되지 않도록 재발 방치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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