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드레스 입은 이방카…"100% 모욕" 싸늘한 반응, 왜

2025-01-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간) 열린 대통령 취임 무도회에서 선보인 드레스에 대해 싸늘한 현지 반응이 나왔다.

이방카는 이날 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의 영화 의상을 재현한 드레스를 입고 취임 무도회에 등장했다. 영화 ‘사브리나’(1954)에서 헵번이 착용했던 지방시의 드레스를 그대로 차용한 의상이었다. 상의는 몸에 딱 붙고 스커트는 넓게 퍼지게 해 빈티지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드레스다. 검은색 꽃 자수로 여성미를 더했다.

이방카는 헵번과 마찬가지로 올림머리를 하고 팔꿈치 길이의 검은색 장갑, 스틸레토 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착용했다.

이 드레스는 명품 브랜드 지방시에서 이방카를 위해 맞춤 제작한 것이다. 영화 ‘사브리나’ 속 헵번 의상은 지방시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방카가 헵번의 드레스를 차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패션 매체 글래머에 따르면 ‘사브리나’에서 헵번의 드레스는 노동자 계층의 딸이 상류 사회의 중심인물로 변신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러한 상징성을 ‘금수저’ 이방카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매체는 “이방카는 1950~60년대 여성미를 강조하면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미학에 호소하는 듯했다”며 “다른 참석자들이 착용한 노골적인 의상과는 대조를 이루긴 했지만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고 평가했다.

또 야망으로 자신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 신화에 기반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메시지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방카가 노동자 계층의 딸을 연기한다는 건 지나친 설정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부유한 배경의 그녀가 헵번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옷을 선택한 것은 시대와 메시지의 불일치를 드러낸다”며 헵번이 영화에서 표현한 신데렐라 스토리와 이방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헵번의 생애를 알고 있는 팬들은 더욱 분노했다. 헵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에 저항하는 네덜란드 저항군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인류애와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은퇴 이후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인권운동과 자선 활동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7년 프랑스 문예공로훈장 코망되르를 받았고 1992년에는 미국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다. ‘20세기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로서만이 아니라 유니세프 활동가, 박애주의자였던 그는 스위스 자택에서 대장암으로 1993년 1월 20일(향년 64세) 사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논란 속에서 헵번의 유산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치게 부적절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논란이 일자 헵번의 장남 숀 헵번 페러(64)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돌아가신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어 우아함과 품격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어머니의 정치 성향은 트럼프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세프 대사였던 어머니는 태어난 이념적 환경과 관계없이 전 세계의 권리를 박탈당한 어린이들을 대신해 싸웠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이건 헵번에 대한 100% 모욕이다” “헵번은 배우가 되기 전 이방카의 아버지가 추구하는 정치 운동에 반대하는 인사였다” “헵번은 이방카의 인생과 완전히 다르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것”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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