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통령” “타고났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낸 그의 막내아들 배런(19)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이다. 트럼프 1기 취임식 때인 8년 전과 달리 2m6cm 장신으로 성장한 그의 모습은 대중을 놀라게 했다. 깨끗이 뒤로 넘긴 그의 헤어스타일과 트럼프 특유의 ‘손가락 가리키기’ 손짓을 따라 한 모습은 젊은 시절의 트럼프를 연상케 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도 소셜미디어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생인 배런은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외동아들이다. 2005년 결혼 이후 6개월 만에 태어난 배런은, 트럼프에겐 5번째 자녀다. 멜라니아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며 “트럼프가 매우 행복해했다”고 피플지에 말했다. 배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도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지난 2006년 5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8시간 진통 끝에 순산한 멜라니아에게 ‘배런’이란 이름을 처음 건넸다며 “평소 좋아했던 이름이었다”고 소개했다.
배런의 성장과정
배런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뉴욕의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에서 보냈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2017년 1월 임기를 시작했을 때, 맨해튼의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던 배런은 학년을 마치기 위해 어머니와 단둘이 맨해튼에서 지냈다. 그해 여름, 그는 메릴랜드의 세인트 앤드류 성공회 예비학교에 입학한 뒤 나머지 가족과 함께 백악관으로 이사했다. 임기가 끝난 2021년 이후엔 마러라고에서 지내며 옥스브릿지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현재는 뉴욕대의 스턴 경영대학에 재학 중이다.
평소 샤이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배런은 유독 모친과 각별한 모습이다. 트럼프 측근은 “배런에게 멜라니아는 최고의 엄마”라며 “멜라니아의 최우선순위는 항상 배런이었다”고 전했다. 배런의 것으로 추정되는 X(옛 트위터) 계정에서 그가 유일하게 친구로 맺은 사람도 모친이다. 배런은 영어뿐 아니라 모친의 모국어인 슬로베니아어도 구사한다. 멜라니아는 피플지에 “배런이 종종 슬로베니아에 있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슬로베니아어로 이야기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배런이 어렸을땐 멜라니아의 부모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거처를 옮겨 손자를 함께 돌봤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만 해도 필요할 때만 백악관에 들어가 영부인 역할을 하겠다던 멜라니아가 취임 직전 ‘풀타임’ 퍼스트레이디가 되기로 뜻을 번복한 배경도 배런과 무관치 않다. 취임 전인 13일 멜라니아는 폭스뉴스에 “나의 최우선 순위는 엄마 역할이고, 둘째는 영부인, 그다음이 (트럼프의) 아내가 되는 것”이라며 “배런은 백악관에 자신의 침실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전자전일까. 전직 모델의 아들답게 배런의 패션 철학도 확고하다. 최근 1~2년간 그의 담당 패션 디자이너로 일한 네이선 피어스는 20일 우먼스 웨어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배런은 옷을 고르는 데 매우 단호하다”며 “18세 나이에 자신의 맞춤 정장을 위해 원단, 단추, 심지어 안감까지 고른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거 유세 때부터 두각 드러내…“인터넷의 왕”
정치적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런은 지난해 트럼프 선거 유세 때 미디어전략 책사 역할을 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팟캐스트, 소셜미디어를 통한 Z세대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조언했다. 실제 트럼프가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인 조 로건이 진행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방송에 출연한 영상은 몇 시간 만에 20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이후 아딘 로스, 테오 본 등 유명 인터넷 방송인들과 진행한 인터뷰도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퍼지면서 호응을 이끌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내정자는 폴리티코에 “배런의 모든 제안은 시청률의 금광 같았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또한 지난해 매디슨 가든 집회 때 옆에 선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인터넷의 왕”이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