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소아암 환자의 터치다운… 감동 안긴 美 대학생 사망

2025-01-16

백악관 초청 받고 오바마 만나 칭찬 듣기도

2013년 4월6일 미국 네브래스카주(州)의 어느 아메리칸 풋볼 경기장. 홈 팀인 네브래스카 콘허스커스 소속의 건장한 선수들 사이에 연약해 보이는 남자 어린이가 끼어 있어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의 유니폼 등에는 ‘22번’이라고 정식 번호도 새겨져 있었다. 7살인 아이의 이름은 잭 호프만. 2011년 뇌암 판정을 받고 3년째 투병 중이었다. 네브래스카 콘허스커스의 열렬한 팬인 호프만을 위해 콘허스커스는 이날 하루 그를 팀의 ‘명예 선수’로 임명했다. 호프만은 관중석을 가득 채운 6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을 잡고 경기장 끝까지 69야드(약 63m)를 달려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네브래스카 풋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미국 전역의 암 환자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호프만이 15일(현지시간) 19세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AP 통신에 따르면 ‘팀 잭 재단’(Team Jack Foundation)은 호프만이 이날 새벽 네브래스카주 앳킨슨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호프만의 이름을 딴 팀 잭 재단은 호프만 같은 소아암 환자들을 후원하고 암 치료법 연구에 쓰일 기금을 모금하고자 결성된 단체다.

2013년 봄 네브래스카에서 터치다운을 한 뒤 호프만은 유명 인사가 되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 후 3주일 뒤 호프만과 그 부모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오바마는 호프만에게 새 풋볼 공을 선물하며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호프만의 터치다운 장면은 유튜브에서 거의 8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호프만의 터치다운 모습을 ‘2013년 스포츠계 최고의 순간’으로 선정했다.

청소년이 된 호프만은 앳킨슨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교 풋볼 팀에서 활동했다. 지난 5월에는 고교를 졸업하고 네브래스카 커니 대학교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하는 중이었다. 2011년 아들이 암에 걸린 뒤 10년 넘게 헌신적으로 돌본 아버지 앤디 호프만은 2020년 그 또한 뇌암 판정을 받고 1년간 투병한 뒤 2021년 42세의 젊은 나이로 별세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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