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복용하기 위해 발모제를 주문했다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치과의사가 법적 분쟁 끝에 승소했다.
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8월 29일 복지부가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21년 2월과 4월 두 차례 모발용제를 구입해 복용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A씨가 구(舊) 의료법 27조 1항을 위반했다며 치과의사 면허 자격을 1개월 15일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A씨는 해당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치과의사가 발모제를 구입해 직접 복용한 것을 의료법 27조 1항에서 규정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라면서도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타인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큰 관련성이 없는 개인적인 영역”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 규제의 취지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환자는 헌법 10조에서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의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환자가 의료인을 매개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직접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배제된다고 볼 특별한 근거는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의료법의 취지나 목적,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해석할 때 비의료인이 자신에게 하는 의료행위를 의료법이 전면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보이진 않는다”며 “같은 취지에서 의료인이 자신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율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의 정창민 변호사(변호사 시험 12회)는 “자기 신체에 대한 침습 행위가 형사처벌이나 공법상 규제 대상에 해당하기 위해선 마약류관리법 등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하는 점 등이 인정됐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복지부 측이 항소해 이 사건은 2심 판단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