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관련 법안 대표 발의
기존 가족 의무제는 가족관계 훼손 문제 심각
전문의 "의사도 위협받고 환자 치료시기 놓쳐"
행정권 남용 견제하는 '옴부즈맨' 장치도 필요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정신질환자의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게 과도한 보호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입원 제도를 국가책임제로 바꿔 가족 부담을 경감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가의 행정권 남용을 감시하는 보조적인 제도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신질환자가 정신의료기관 등에서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 또는 성질의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경우 ▲자타해를 가할 가능성이 큰 경우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에 2주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입원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중에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전체 비자의입원 중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74%에 달한다. 그러나 다수의 정신질환자와 보호의무자는 입원과정에서 가족관계가 훼손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입원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재입원이나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려워지고, 보호의무자는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보호의무제도 폐지 및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는 이전부터 요구돼 왔다.
정신질환자 본인의 신청과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입원이 결정되는 '동의입원'은 당사자 의사 존중이라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퇴원 시에도 입원에 동의한 보호의무자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 전환되는 등 사실상 강제입원의 연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처럼 사법입원제 도입이 의료계 등에서 주장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판사 한 명이 맡는 재판의 수가 다른 나라보다 2∼5배 높아 사법입원 심사가 자칫 형식적 심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장이다.
개정안은 보호의무자의 보호의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과 동의입원 제도를 폐지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 및 입원적합성심사 등의 제도를 보완하여 정신질환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법안 제정을 환영한다. 기존의 동의입원 제도는 가족들이 지옥을 겪고 있으며 위협을 받아 환자가 적시에 입원을 못하게 되고, 나중에 퇴원했을 때 가족을 원망하거나 해를 끼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10여명이 죽고 다친 '안인득 사건'도 가족은 입원시키려 했지만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 정책이사는 "해당 법 제정으로 인해 환자는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가족과 의료진이 겪는 부담과 위협도 경감될 것"이라며 "임상에선 환자가 의사와 의사 가족도 해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고, 정부가 국민을 강제 입원시키는 것을 우려하는 댓글도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행정입원에 앞서 사법부가 판단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 옴부즈맨(공무원의 권력 남용을 감시하는 제도) 제도가 있는데, 잘 연구해 이러한 보조장치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조근호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안그래도 가족관계가 온전치 못한 게 현실 상황인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를 유지하는게 오히려 향후 문제를 더 키울 것이다. 비자의 입원의 목적은 사회적 안녕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부회장은 "다만, 해당 법을 제정하려면 현재와 같은 복잡한 입원 심사는 간소화돼야 할 것"이라며 "입원이 국가의 행정권한이 되니, 그런 행정이 무리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정도의 입원 심사가 적절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또한 환자나 보호자가 원해서 입원시킨 것이 아니니 비자의 입원 환자의 입원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