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습지, 우리 미래를 위한 핵심 생태계

2025-02-02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에서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채택됐다. '람사르 협약'이라고 불리는 국제협약은 1960년 프랑스 호프만 박사의 습지 보전에 관한 국제 프로그램 개발 요청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승인하면서 논의 시작 10여년만에 결실을 맺었다. 한국도 1997년 서명해 협약 당사국이 됐다. 습지보호는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중요한 자연 정책 이슈였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습지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은 습지를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며, 홍수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완충지역이자 수질을 보호하는 원천'이라고 명시한다. 습지는 천연 탄소 흡수·저장 공간이기도 하다. 습지를 보전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이러한 편익을 얻을 뿐 아니라 창녕 우포늪, 순천만처럼 생태관광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는 일석 오조 혜택이 있다.

특히, 탄소 흡수·저장공간으로서 습지 중요성은 최근 주목받는다. 습지는 물질 순환과정·습지식생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토양에 저장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클라우스 박사에 의하면 습지에 흡수·저장되는 탄소량은 육상 저장량의 35%에 이른다. 습지가 전체 육상면적의 약 6%인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하다. 습지는 천연의 탄소 흡수·저장고인 셈이다. 회사·가정에서 실천하는 탄소저감 노력은 교육적 의미는 있지만 국가적 탄소저감 목표 달성에는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같은 대규모 정책과 함께 습지 복원, 보전·관리는 생물다양성 확보와 탄소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중요 정책이다.

2005년 호주 코스탄자 교수는 지구촌 1400여명 연구자와 참여한 '새천년 생태계 평가' 연구에서 지구 습지생태계 가치가 약 2경200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순천만 습지 복원 경제적 가치가 2조3000여억원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2014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지). 이와 같은 연구성과와 다양한 혜택들을 생각하면 습지는 실생활에 엄청나게 중요하다.

잘 보전된 자연생태계도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흔히 잊어버린다. 자연적인 천이로 변하거나 개발로 훼손되는 습지를 지속 보전·관리해 습지 혜택이 지속되게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5년마다 '국가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습지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고 한국습지학회 등 전문가 그룹에서도 지속할 수 있는 습지 보전·관리를 위해 '적응관리' 정책이 채택되도록 정부에 제안하고 고찰을 당부하고 있다. 적응관리란 변하는 습지의 생태계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관리 방법을 말한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정책은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 힘들다. 아무리 습지가 중요하다고 한들, '습지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면, 습지 보전을 위한 연구도 정책도 그 의미가 흐려지게 된다. 2월 2일이 마침 54년 전 채택된 람사르협약을 기념하는 세계 습지의 날이다. 올해 표어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습지보호'다. 습지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생태계임을 생각해보는 하루였으면 한다.

박영철 한국습지학회 부회장·뉴워터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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