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68·사진)에 대해 로힝야족 말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미얀마 민주 진영과 로힝야족 공동체는 “흘라잉은 책임져야 한다”며 환영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상대로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이날 흘라잉 총사령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성명에서 “이는 미얀마 고위급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체포영장 신청이다. 더 많은 신청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체포영장 청구는 ICC가 로힝야족 대상 범죄를 조사한 지 5년 만이다. 그동안 ICC는 2017년 8월 미얀마 군부가 대대적인 로힝야족 소탕 작전을 벌인 혐의를 들여다봤다. 당시 로힝야족이 주로 거주하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미얀마 군부가 대규모 토벌에 나서 로힝야족 마을 수백개가 파괴됐으며 로힝야족 난민 약 75만명이 발생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당시 작전 책임자였다.
이후 유엔 조사관들은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이 고문을 당했으며, 대량 살상과 집단 성폭행이 자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전형적인 인종 청소’로 규정했다.
이날 체포영장 청구 소식에 미얀마 군부는 자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로힝야족이 대거 이주한 이웃 국가 방글라데시는 ICC 회원국이다. 과거 ICC는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발생한 범죄에 관할권이 있고 ICC가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ICC 회원국은 대상자 인도에 협조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판사 3명으로 구성된 ICC 재판부는 흘라잉 총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할지 결정한다. 로이터는 “약 3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2021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미얀마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라며 “흘라잉은 자신이 찢어버린 삶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둘 다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