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체포영장에 박수 치면서 네타냐후 영장에 침묵할 수는 없다.” 호세프 보렐 폰텔레스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지난 26일 G7 외교장관회의에서 했던 이 말은 국제법의 이중잣대를 잘 보여준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 범죄 및 반인도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처음 열린 국제회의였다.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내세워온 G7은 분열됐다. 캐나다와 영국은 네타냐후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후견국 미국은 체포에 반대했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입국 즉시 체포는 유보했다. 이스라엘이 ICC 가입국이 아니어서 면제를 받는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내세웠다.
그 외에 아일랜드 등 일부 서방 국가들도 네타냐후 체포 방침을 밝혔다. 2002년 발효된 ICC 로마규정에 125개국이 비준했기 때문에 네타냐후가 가지 못하는 나라는 더 많아질 것이다. ICC의 네타냐후 체포영장이 주목받는 것은 이른바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에게 내려진 첫 사례이고, 이스라엘이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기 때문이다. 그간 ICC 영장은 주로 아프리카·아시아 분쟁국 지도자에게 발부됐고, 주요국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가 있었다.
국제법은 차별적이다. 국내법보다 훨씬 더 불공정하다. 법을 집행할 권위 있는 주체가 없고, 집행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나는 그런 법을 인정한 적 없다’고 억지를 부려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국제질서 주도국이 벌인 전쟁은 질서 유지를 위한 공정한 개입으로 옹호된 반면, 다른 국가들의 전쟁은 범죄 행위로 간주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는 미국이지만, 미국 지도자가 처벌받은 적은 없다. 네타냐후에 대한 G7의 분열은 그런 질서에 작은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 국제법이 위선적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오랫동안 불법 점령하고, 인종학살 범죄를 저지른 네타냐후가 현실의 법정에서 반드시 처벌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