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눠모으기 통장’으로 본 토스뱅크 기획자·개발자 마인드셋

2024-11-25

(사진=왼쪽부터 장세경 토스뱅크 수신플랫폼팀 리더, 최소연 토스뱅크 디파짓 스쿼드 프로덕트매니저(PM))

“슬로건이 아니라, 토스뱅크는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지난 11일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토스뱅크 사무실에서 장세경 토스뱅크 수신플랫폼팀 리더, 최소연 토스뱅크 디파짓 스쿼드 프로덕트매니저(PM)를 만나 지금 이자 받기, 나눠모으기 통장 기획, 개발기를 들었다.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인터뷰이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사용자 관점’, ‘사용자 중심’이다. 토스뱅크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은행(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떻게 해야 더 좋을지 고민하고 기획, 개발한다고 한다. 또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수렴해 상품이나 기능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 이자 받기(이하 지이받)’와 ‘나눠모으기 통장’이다.

지이받의 경우 은행이 한 달에 한 번 주던 이자를 고객이 하루 중 원하는 시점에 직접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를 만든 프로덕트매니저(PM)가 ‘사용자가 이자 받는 행복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나눠모으기 통장은 ‘자동으로 이자를 받게 해달라’는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 만든 상품이라고 한다. 이렇듯 사용자를 중점적으로 한 끝에 기존에 없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토스뱅크의 비결이다.

지이받과 나눠모으기 통장을 통해 토스뱅크의 기획자와 개발자가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 어떤 사고방식으로 일을 하는지 알아봤다.

-자기소개 해달라

최소연: 토스뱅크 디파짓 스쿼드 프로덕트매니저(PM)로, 수신 상품 기획과 수신 정책을 맡고 있다.

-디파짓 스쿼드는 어떤 팀인가?

최소연: 은행은 크게 수신 수신과 여신으로 나뉘는데, 그 중 수신. 예금, 적금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이밖에도 토스뱅크 통장 등 전체적인 수신 상품을 총괄하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장세경: 수신플랫폼팀 리더를 맡고 있다. 토스뱅크에서 수신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팀 리더가 되면서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수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목표와 함께 팀 빌딩에도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 개발 설명에 앞서, 토스뱅크의 수신 시스템은 어떻게 이뤄졌나?

장세경: 토스뱅크 시스템은 크게 두 단계의 흐름을 거치고 있다. 처음에 은행이 문을 연 직후, 시스템통합(SI) 업체가 구현해 준 솔루션을 썼다. 그러나 모놀로직한 아키텍처의 경우 모든 트래픽, 트랜잭션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까, 모든 수신, 여신, 카드 업무 등이 하나의 서버에서 처리되다보니 한계가 명확하다. 예를 들어, 계좌개설 서비스에 트래픽이 몰리면 카드발급이 안되는 문제 등이 있어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빅테크의 IT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작은 독립적인 서비스로 쪼개 개발하고 배포하는 방식)로 전환을 하고 있는 상태다.

-PM님은 토스뱅크에 오기 전 시중은행에 있었다고, 토스뱅크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소연: 토스뱅크로 이직을 하게 된 계기는 ‘지금 이자 받기(이하 지이받)’ 서비스를 보면서다. 기존 은행에서 이자는 매월마다 정기적으로 지급 해줬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준 것이 토스뱅크다. 같은 은행원으로서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나도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정하게 됐다.

-토스뱅크에서 약 1년 정도 일을 해보니 어떤가?

최소연: 예상을 넘는 다채로운 은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 전까지는 사용자에게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어떻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못해봤다. 고객이 불편하다고 하면 쉽게 가르쳐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한 생각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면 이곳에선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하면 곧바로 바꿔주자며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 여러 영역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느꼈다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나눠모으기 통장’은 어떻게 고안을 했는지?

최소연: 나눠모으기는 토스뱅크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고객과 함께 만든 상품이다. 처음 만들게 된 계기가 사용자가 “자동으로 이자를 받고 싶다”는 피드백을 줬고, 내부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민했던 것은 어떤 상품에 넣을지였는데, 예적금의 경우 사용자가 매달 목돈을 넣어야 한다는 장벽이 있는 반면,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에 넣으면 원할 때 언제든지 돈을 자유롭게 뺄 수 있고, 매일 이자를 지급하면 사용자가 이자에 대한 가치도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입출금식 상품으로 만들게 됐다.

-기획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가 있었는지?

최소연: 매일 자동으로 이자를 주는 가치를, 사용자가 잘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화면에서 잘 풀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이자가 매일 자동으로 지급된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어, 매일 자동으로 이자를 받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불편함이 줄어드는 등의 가치를 사용자가 정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매일 자동으로 이자가 들어오면 사용자가 어떤 가치를 느낄 수 있나?

최소연: 이자에 이자가 쌓이는,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금 이자 받기도 좋은 서비스이지만 가끔 까먹을 수 있다. 매일 자동으로 이자를 넣어줌으로써, 사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UI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최소연: 은행원 입장에서는 ‘복리 효과’라고 하면 쉬운 말이지만, 사용자들 입장에선 어려운 말일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나눠모으기 통장은 하나의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 사용자의 목적 하에, 저축 용도가 아니면 경조사, 여행 등 나눌 수 있다. 이는 사용자들이 원했던 기능이다. 시중은행에서 일반 입출금 통장 하나 만드는데 까다로운데, 나눠모으기 통장은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에 따라 구분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매일 이자를 자동으로 드린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나눠모으기 통장, 고객들 피드백 수용을 통해 기능 추가를 했다고

최소연: 나눠모으기 통장이 올 2월 출시됐는데, 이후 사용자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일 들어오는 이자를 따로 모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아 지난 7월 약관 개정 절차 등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용자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고객 피드백은 주로 어떻게 들어오나?

최소연: 다양한 채널로 들어온다. 상담 센터, 카카오톡, 홈페이지, 이메일, 토스 앱 등이 있다.

-나눠모으기 통장, 사용자들이 어떻게 쪼개 쓰는지 궁금하다

최소연: 데이터 분석을 해본 결과 저축 용도로 따로 계좌를 분리해서 만든 사용자들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여행 자금 모으기가 많았다. 그러니까 적금, 예금을 넣기에는 짧은 기간이면서, 잠시 예치해놓는 파킹통장 같은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 보면, 나눠모으기 통장 보다 더 금리가 좋은 파킹통장도 있을 텐데, 강점은 무엇인지?

최소연: 파킹통장은 1인 1계좌인 경우가 많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누고 싶어도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월급과 경조사 비용을 나눠서 관리하고 싶은데, 분리가 안되면 무슨 돈이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토스뱅크의 나눠모으기 통장은 명료하게 사용자가 목적하는 하에 분리할 수 있다.

-나눠모으기 통장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개발에 대한 난이도가 있는 편인지?

장세경: 나눠모으기 통장을 개발하기 전, 지금 이자 받기 제품을 만들어서 계좌별로 고객이 원할 때 이자를 별도로 지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둬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매일 새벽에 시스템을 최적화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어려웠다.

-시스템 최적화를 어떻게 했나?

장세경: 이자를 지급할 때 데이터베이스(DB)에서 가장 부하가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DB 인덱스를 적절하게 설계한다거나, DB 모델링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그 다음으로는, 병렬로 처리를 한다. 나눠모으기 통장은 지금 100만좌(개) 정도가 되는데, 100만명에게 순차적으로 이자를 주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명 당 1초가 걸린다고 해도, 100만명이면 100만초가 걸리니 이를 병렬로 처리하도록 했다. 예컨대 1만명이 동시에 이자를 받게 하면 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이런 식으로 구조를 개선하고 레디스(Redis) 등을 도입하는 등 기술 최적화로 이자 지급 시간을 줄여나가려고 하고 있다.

지금이자받기

-지금 이자 받기, 개발 과정에서 어떤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장세경: 크게 두 가지 정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이받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관성을 깨는 것이었기 때문에, 참조할만한 레퍼런스가 없어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또 많은 고객들이 지이받을 많이 이용해주셔서 기존 기술로는 안정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모놀리식 아키텍처로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가 어려워서 MSA로 전환을 해 사용자들이 빠르게 지이받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MSA 전환 결과, 사용자들의 이자 받는 속도가 기존 대비 170배 정도 개선됐다.

또 MSA 전환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이 시스템 영향도 분리다. 지이받 트래픽이 많이 몰려서 다른 서비스까지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저희가 이(시스템)를 분리했다.

-사용자들이 ‘지이받’을 가장 많이 누르는 시간이 있나?

장세경: 처음 저희가 지이받 서비스를 내놨을 때는 다른 은행들처럼 자정부터 1분간 거래가 안됐는데, 점검 시간이 끝나는 00시 01분 되자마자 사용자들이 지이받을 누르신다. 사실 지이받은 언제 이용해도 상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되면 트래픽이 치솟는다. 지금은 점검 시간을 없애, 00시 00분 01초가 가장 ‘지이받’ 트래픽이 높다. 궁극적으로 토스뱅크는 모든 시스템 점검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정도로 많은 사용자들이 지이받을 쓴다는 것인가

장세경: 그렇다. 70만명에서 90만명 정도, 평균적으로 80만명이 매일 지이받을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단순히 지이받을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재미요소, 가치 측면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소연: 지이받을 ‘루틴’으로 생각하는 사용자들도 많다. 사용자가 이자를 받기 위해서라도, 한 번 더 토스뱅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들이 지이받을 누르러 들어왔다가, 다른 서비스까지 훑어보고 나가는 루틴을 만든 것 같다.

-지이받이 유사한 서비스로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토스뱅크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최소연: 기존에 월 단위로 제공되던 이자가 일 단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제는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고, 토스뱅크가 후발주자로서 저희만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나눠모으기 통장, 지금 이자 받기. 어떻게 고도화할 계획인지?

최소연: 지이받은 서비스 출시한지 3년 정도 됐지만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결과 사용자의 소리에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토스뱅크는 상한선을 두지 않고 상품, 서비스에 대한 개선을 넘어서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고도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장세경: 코드도 녹이 슨다. 고객이 많아지고 거래 내역이 많이 쌓이면 느려진다. 이런 일이 없도록 계속해서 유지보수를 해 나갈 것이다.

-토스뱅크가 기존에 없던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세경: 슬로건이 아니라, 토스뱅크는 정말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이를 토대로 실험해본다. 지이받도 처음부터 바로 서비스를 한 것이 아니라 실험 단계를 거쳤다. 이런 관점에서 엔지니어들도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소연: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노력, 추가로 사용자 의견을 계속해서 수용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전통 은행에서 일할 때 다 같은 은행원들이 모여 생각을 하다보니, 항상 보던 서비스만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토스뱅크에서는 디자이너, 개발자 등이 많은 의견을 내주신다. 그러면 저희가 관련 법령 등을 찾으면서 방법을 만든다.

-두 상품 외에도 개발 중인 서비스, 상품이 있는지?

최소연: 올해 많은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당장 구상하고 있는 것은 없다. 다만, 토스뱅크가 출범 3년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고도화할지, 개선점은 없는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장세경: 수신 플랫폼 팀에서 안정적으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도움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밖에는 토스뱅크가 금융권 처음으로 MSA를 적용해나가고 있다. 시스템 구조개선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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