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진짜 풀리는 건가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물었다. 방영을 앞둔 드라마 내용을 소개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중국 측과 접촉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다른 자리에서 마주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한 중국 연예기획사가 국내서 활동 중인 남성 그룹 출신 가수의 향후 활동 방향에 관해 물어온 사실을 언급했다. 근래 큰 활동이 없던 터라 의아함도 덧붙였다.

최근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문화산업 진출을 막았다. 벌써 8년이다. 먼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서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이라 말했다. 이어 국무원도 “연내 문화 영역에 대한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이번엔 진짜 아니냐’는 희망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시 주석이 오는 10월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상반기 중 해제에도 방점이 찍혔다.
주식시장이 곧바로 반응했다. 일부 종목은 일주일 만에 20%나 뛰기도 했다. 업계도 찬가를 부른다. 대형 엔터사 관계자는 “화보 촬영 등 문의가 오는데 분위기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콘텐트업계 관계자도 “지방 정부는 한국 가수 공연을 적극 바라고 있다”며 “첫 공연이 이뤄지면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람이 현실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관적 전망도 크다.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뭐가 있을 거라고 단정적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도 “한한령 소관 부처들은 아직 별 얘기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한령 해제를 바라기엔 시기상조라는 거다.
한한령이 풀리더라도 과거 같은 ‘대박’은 없을 거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콘텐트 분야 환경이 8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한 베테랑 연출가는 “중국 업계 실력도 이미 크게 올라와 예전처럼 중국에서 활동하긴 어려울 듯하다”고 예상했다.
중국 애국주의 문화도 큰 걸림돌이다. 자국 콘텐트를 추켜세우며 해외 작품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할리우드 대작에도 불매운동이 펼쳐진다. 흥행 신기록을 세운 자국 영화에만 발걸음이 쏠린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언제 받을지 모를 ‘선물’의 활용법을 고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