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환자의 뇌 “평균 3.5년 더 늙어”

2025-09-11

불면증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

불면증 환자의 뇌 “평균 3.5년 더 늙었다”

밤새 뒤척이다가 다음 날 집중력이 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일시적인 피로감을 넘어 장기적으로 뇌 기능을 앞당겨 노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의학 학술지 Neurology에 실린 연구는 불면증이 뇌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인지 장애 병력이 없는 건강한 성인 2,750여 명을 평균 6년간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주기적으로 기억력, 집중력, 공간 인지력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만성 불면증을 가진 이들은 정상 수면군보다 검사 점수가 더 빠르게 떨어졌다. 특히 다른 요인(교육 수준, 음주 습관, 우울증 등)을 보정한 뒤에도 불면증 환자는 인지 장애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0% 더 높았다.

메이요 클리닉 신경학자이자 수면 의학 전문의인 디에고 카르발류 박사는 “이는 고혈압과 당뇨 두 가지 대사질환을 동시에 가진 것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이라며 “실제로 불면증 환자의 뇌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평균 3.5년 더 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잠은 왜 중요할까?

연구에서는 일부 참가자의 뇌를 촬영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과, 뇌혈관 손상을 시사하는 백질 고신호 병변을 확인했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한 사람은 이런 이상 소견이 더 많았고, 반대로 최근 수면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사람은 초기 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적었다. 이는 수면 상태가 뇌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다만 원인과 결과의 방향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구 시작 전부터 일부 참가자들에게 미세한 뇌 변성이 진행되고 있었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수면 리듬이 깨지고 불면 증상이 심화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수면이 뇌 건강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면 중에는 신경세포가 회복되고, 뇌에 쌓인 노폐물이 제거되며, 심장 박동과 혈압이 낮아져 뇌혈관이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카르발류 박사는 “불면증은 치매의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여성은 호르몬과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불면증과 치매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조기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면 위생을 지키는 생활 습관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된다면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근 스마트워치와 수면 관리 기기가 보급되면서 ‘이상적인 수면’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르발류 박사는 “대부분의 밤에 무난히 잠들고 있다면 충분하다”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적절한 방법을 찾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아야 뇌가 건강하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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