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KIA)와 박성한(SSG)은 공통점이 있다. KBO리그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 그리고 경쟁자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쳐줄 줄 아는 선수들이다. 박찬호는 지난해 유격수 부문에서 ‘2위’가 유력한 상황에서도 시상식에 참석해 ‘주인공’ 오지환을 축하했다. 박성한도 2021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절친 김혜성(키움)의 수상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냈다.
두 선수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엔 박수를 받으러 왔다. 올해 유격수 포지션은 그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박찬호는 올해 134경기 타율 0.307, 158안타, 5홈런, 20도루, OPS 0.749를 기록하며 KIA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박성한은 137경기 타율 0.301, 147안타, 10홈런, 13도루, OPS 0.79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실책 수는 23개로 같았다. 전 포지션 중 가장 근소한 표 차로 수상자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와 박성한은 수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서로를 존중했다. 먼저 취재진과 만난 박성한은 “첫 번째 시상식(2021년)은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왔고, 오늘은 좀 다른 것 같다”며 “기대는 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받으면 유격수 자리에서 최고로 인정받았기 때문이고, 받지 못한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라며 “(박)찬호 형은 야구장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줬다. 자기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서로 축하해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시간이 겹쳐 마주친 박성한과 박찬호는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함께 취재진 카메라 앞에 서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찬호도 “작년에는 양심의 손을 얹고 받는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 진짜 박수를 치기 위해 시상식에 갔었다”며 “올해는 받는다는 마음으로 온 것이 다른 점”이라고 했다.
이어 “(오)지환이 형이 올해 부상이 겹쳐서 그렇지 여전히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성한이도 저보다 공격적인 측면에선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