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접촉하면 특정 맛을 내도록 설계된 새로운 분자 센서가 개발되어 화제다. 연구진은 이 센서를 껌이나 사탕에 응용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독감을 간편하게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독일 뷔츠부르크대의 로렌츠 마이넬 박사팀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서 독감 바이러스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맛과 향을 발생시키는 분자 센서를 만들고 타액 실험을 통해 30분 내 독감 감지가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는 과거 치명적인 팬데믹을 일으킨 사례가 있으며, 미래 유행 대비를 위해 신속 진단 체계 개발이 중요하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는 증상 발현 이전에도 전염력이 있어 조기 발견과 격리가 쉽지 않다.
현재 사용되는 PCR 검사법은 면봉으로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분석하며 정확도가 높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코로나19 등에서 활용된 신속항원검사는 편리하지만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를 감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센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반응하면 효소 작용으로 티몰(thymol)이라는 맛 분자가 방출되도록 설계됐다. 티몰은 향신료인 백리향(thyme)에서 나는 강한 허브 향과 맛을 가진 물질이다.
센서 구조는 H1N1 바이러스의 뉴라미니다아제 효소가 분해하는 당 유사 기질에 티몰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다. 바이러스 효소가 이를 분해하면 티몰이 풀리면서 혀로 맛을 감지할 수 있다. 뉴라미니다아제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특정 당 결합을 끊어 감염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센서를 독감 양성 타액 샘플에 적용한 결과, 30분 이내 티몰이 방출돼 바이러스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균의 뉴라미니다아제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또한 사람과 생쥐 세포에 적용했을 때 세포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분자 센서를 껌이나 사탕에 활용하면 고위험군이 언제 어디서든 혀를 통해 1차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2년 내 증상 전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해 증상 발현 이전에도 독감을 감지해 전파를 막는 도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