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유제품을 끊어라. 글루텐을 버려라. 설탕은 절대 먹지 마라”는 식의 극단적 식단을 추구하는 ‘항염증 다이어트’ 영상이 유행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에게서 이러한 방식의 식단은 다이어트 효과는커녕 건강만 해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대 로런 볼 교수와 서던크로스대 에밀리 버치 박사는 이달 22일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공동 기고문을 싣고,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항염증 다이어트의 실체를 검증했다.
이들이 지적한 SNS 영상들에는 유제품, 글루텐, 설탕만 피하면 체중이 줄고 배의 불편감이 사라질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특정 환자의 경우 염증 완화를 위해 식단 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SNS에서 떠도는 단편적인 조언은 복잡한 영양학 이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오히려 해로운 식단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특히 유제품이나 글루텐을 완전히 끊으라는 SNS의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유제품이나 글루텐이 실제로 염증을 유발하는 사례는 셀리악병이나 특정 알레르기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국한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 무작정 이런 식품군을 배제하면 되레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도 유제품은 염증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특히 요거트와 치즈에는 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또 글루텐 섭취를 중단하면 만성 염증이 줄고 소화 장애나 피로가 개선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이를 입증한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글루텐이 들어 있는 보리, 호밀 등 통곡물을 꾸준히 먹으면 염증 지표가 개선되고 전반적인 건강이 좋아진다는 연구는 다수 존재한다.
연구진은 다낭성 난소 증후군, 자궁내막증, 자가면역 질환, 관절염 등 만성 염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질환의 경우, 항염증 식단이 기존 치료와 함께 병행될 때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때도 식단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게 균형 있게 설계되어야 하며, 전문가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채소, 과일, 통곡물, 생선을 중심으로 하고, 붉은 고기와 가공식품은 최소화하는 지중해식 식단이면 충분하다는 설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