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더 크게 키우겠다며 인용한 말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는 새롭게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비단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면서 '문화의 힘'을 강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책 개선 의지를 많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국가 전략화' '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한 콘트롤 타워 기능 강화' '방송미디어의 사후 규제 체계 및 네거티브 규제 중심 전환' 등과 같이 글로벌 미디어 강국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구체적으로 담겨있어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사실 새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밝힌 여러 미디어 콘텐츠 관련 공약들은 아주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우리 업계가 개선을 요구해 왔던 사안들이지만, 방통위 운영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와 같은 여·야간의 첨예한 정치적 다툼 때문에 해결되지 못한 숙제들이다. 미디어 산업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논의가 후 순위로 밀려나 있는 사이, 국내 미디어 산업 생태계는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초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빅테크 기업의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미디어 산업 구조 개선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내건 공약을 조속히 이행함으로써 산재한 문제를 하루속히 해소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 정부의 미디어 콘텐츠 공약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실 내에 미디어 콘텐츠 산업 진흥을 전담하는 수석 비서관직을 신설해야 한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미디어 콘텐츠 진흥·규제 기능을 일원화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뒤섞인 비효율적인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총괄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미디어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광고와 심의 규제를 포함한 낡은 규제들을 전면적이고 시급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방송 영상 콘텐츠 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방송·영상 산업의 콘텐츠 수익 배분 구조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으로 개선해 콘텐츠 제작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 내수 시장에서 충분한 콘텐츠 투자 재원 확보가 선행돼야 K콘텐츠의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해지고, 국내 방송·영상 산업의 선순환 발전 구조 또한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방송 콘텐츠가 통신 서비스의 끼워팔기나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 시장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방송 콘텐츠는 통신 서비스보다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고,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 따라서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방송 통신 결합 상품 내에서 방송 서비스의 비중과 역할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K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투자 재원이 점차 증대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방송·미디어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고, 여러 차례 정책 간담회를 통해 업계 현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소통을 이어왔다. 이러한 소통과 공감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이번 정부의 미디어 콘텐츠 관련 공약들이 반드시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새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PP 업계도 대한민국 문화의 힘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정진해 나갈 것이다.
백승일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장 baekst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