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뵈올까 바란 마음
이육사(1904∼1944)
뵈올까 바란 마음 그 마음 지난 바램
하루가 열흘 같이 기약도 아득해라
바라다 지친 이 넋을 잠재올가 하노라
잠조차 없는 밤에 촉(燭) 태워 앉았으니
이별에 병든 몸이 나을 길 없오매라
저 달 상기 보고 가오니 때로 볼까 하노라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한글날에 읽다
40년 짧은 생애에 옥살이만 열일곱 번. 스물여섯 살에 첫 시 ‘말’을 조선일보에 발표했으나 일제가 한글 사용을 규제하자 한시(漢詩)만 발표했던 육사 이원록이 남긴 유일한 시조다. 그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 시에 누구를 그리는 마음을 이다지도 간절하게 담았을까? 육사의 경우, 그 님은 분명히 조국(祖國)이다.
1944년 1월 16일 새벽, 그가 베이징 감옥에서 순국하고 이듬해 해방이 되자 1946년 10월 20일, 동생 원조가 유고(遺稿) 20편을 모아 육사 시집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우에 이끼만 푸르러라』를 출판했다. 발문에서 “실로 그 발자취는 자욱자욱이 피가 고일 만큼 신산하고 불행한 것이었다”고 슬퍼했다. 그의 친우 신석초·김광균·오장환·이용악이 “육신은 없어지고 그의 생애를 조각한 비애가 맺은 몇 편의 시가 우리의 수중에 남아 있을 뿐”이라는 서문을 썼다.
오늘 한글날. 선열들이 몸을 던져 지켜낸 나라 글을 기린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