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제인’을 사랑한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2025-10-07

제인 오스틴(1775–1817)은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하는 소설가다. 18세기 영국 중산층 여성의 연애와 결혼 문제를 다룬 오스틴의 소설들은 영화와 드라마로 끊임없이 재탄생했다.

오스틴이 남긴 여섯 편의 장편소설은 음악 연주에 대한 묘사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음악사 연구자들에게도 관심거리다. 그의 소설들은 피아노 역사나 유럽 중산층 가정 내 음악의 역사, 여성과 음악의 관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글에 자주 인용된다.

오스틴 시대에 피아노는 중산층 여성들에게 ‘교양 필수’이자 구애의 도구였다. 오스틴 자신도 ‘아마추어 연주자’이자 음악 애호가였다. 소설 <엠마>에서 엘튼 부인이 “음악이 없다면 삶이 공허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오스틴의 속마음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스틴의 조카 캐롤라인 오스틴(1805~1880)은 1867년 펴낸 회고록에서 “이모는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면서 매일 아침 피아노를 규칙적으로 연습했다고 전했다.

오스틴은 어떤 음악을 좋아했을까.

소설만으로는 오스틴의 ‘플레이리스트’를 파악할 수 없다. 오스틴의 소설에서 작중 인물이나 화자가 구체적인 곡명을 언급한 사례는 <엠마>에 등장하는 아일랜드 노래 ‘로빈 어데어(Robin Adair)’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오스틴이 소유하고 있던 악보집을 조사한다. 오스틴은 직접 필사한 악보와 인쇄된 악보를 갖고 있었다. 특히 오스틴이 직접 필사한 악보일수록 그의 ‘최애곡’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 영문학 교수 질리언 둘리에 따르면, 오스틴이 좋아했던 곡은 스코틀랜드 민요인 ‘그들의 달콤한 월계수 숲(Their Groves of Sweet Myrtle)’과 ‘금발 소년(The Yellow-Haired Laddie)’, 상사병으로 죽은 제비들의 이야기를 다룬 제목 미상의 프랑스어 노래,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을 다룬 제목 미상의 노래 등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불렸던 혁명가 ‘라 마르세예즈’도 오스틴이 좋아했던 곡이다. 실연당한 여성의 고통을 묘사한 ‘미친 제인(Crazy Jane)’이라는 노래도 오스틴이 사랑했던 곡이다.

이외에 토머스 쿡(Thomas Cooke, 1782–1848), 제임스 훅(James Hook, 1746–1827), 토마소 조르다니(Tommaso Giordani, 1730–1806), 스티븐 스토라체(Stephen Storace, 1762–1796), 해리엇 에이브람스(Harriet Abrams, 1758–1821) 등 오늘날에는 완전히 잊혀진 음악가들의 노래도 오스틴이 즐겨 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아니스트 멜라니 스팬스윅은 “우아하고 선율적이며, 화성적으로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효과적으로 구성된 음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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