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공식구 ‘트리온다’ 심장은 칩? 공 내부에 장착된 센서, 데이터 실시간 전송

2025-10-09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공식 경기구 ‘트리온다(Trionda)’는 단순한 축구공이 아니다. 심판의 눈과 귀이자, 데이터 분석의 출발점이다.

아디다스가 지난 3일 공개한 트리온다는 내부에 장착된 초정밀 동작 감지 센서 칩을 통해 공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기록·전송한다. 이 칩은 초당 500회 데이터를 수집하며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 과 연동돼 오프사이드·핸드볼 판정 등 경기의 핵심 순간을 지원한다. 아디다스 축구혁신팀장 하네스 셰프케는 이 공을 “데이터를 말하는 생명체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 초정밀 ‘IMU 센서’가 심장 역할 : 핵심은 ‘IMU(Inertial Measurement Unit)’라 불리는 관성측정장치 센서다. 이 센서는 공 안쪽 패널 사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독립층에 삽입되어 있다. 이전 월드컵 공(2022년 카타르 대회 ‘알 리흘라’)의 중심부 삽입형과 달리, 패널 내부 장착 방식으로 바뀌면서 충격 분산력과 정확도를 모두 높였다고 아디다스는 자평한다.

IMU는 공의 가속도, 회전 속도, 충격 방향, 접촉 시점 등을 초당 500Hz(1초에 500번)로 감지한다. 이 데이터는 암호화된 무선신호를 통해 경기장 내 VAR 서버로 전송되며, 영상 판독보다 더 빠른 시간 단위로 ‘볼 터치’ 정보를 제공한다. 선수의 어깨나 손에 미세하게 닿은 볼 터치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고,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공이 발에서 떨어진 정확한 시점을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다. 셰프케는 “공 자체가 심판의 보조자가 됐다”고 말했다.

■ 심판 판정의 ‘객관화 장치’로 : 트리온다의 데이터 전송 시스템은 FIFA가 추진하는 판정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이다. VAR은 시각 정보에 의존하지만, 트리온다는 여기에 정량적 근거를 더한다. 오프사이드뿐 아니라, 핸드볼이나 파울 상황에서도 정확한 판정을 가능하게 한다. 손에 공이 닿았는지 논란이 있을 때, IMU 센서는 충돌 압력의 패턴과 접촉 부위를 구분해 “예” 혹은 “아니오”의 데이터 신호를 보낸다. 이로써 판정의 주관성을 줄이고, 경기 흐름을 중단시키는 VAR 검토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셰프케는 “VAR은 경기 리듬을 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번 기술의 목표는 심판이 1~2초 안에 판단 근거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데이터 시대의 축구공’이 열리다 : 이번 기술은 단순히 심판 판정용을 넘어, 실시간 경기 데이터 수집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공의 속도, 회전, 궤적, 접촉 패턴이 모두 축적되면, 향후에는 공 자체가 경기 분석의 1차 데이터 소스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중계 방송의 그래픽 분석, 경기력 피드백, 심지어 인공지능 기반 전술 예측에도 쓰일 수 있다. 아디다스 풋볼 총괄 샘 핸디는 “트리온다는 축구 생태계를 연결하는 데이터 허브”라며 “모든 패스, 슈팅, 세이브가 디지털 신호로 기록되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디다스는 3년 반 동안 선수 수백 명, 수천 회의 테스트를 거쳐 이 칩 시스템을 안정화했다. 다양한 고도·기온·습도 조건에서 데이터를 검증했다. 공의 내구성도 시속 200㎞로 공을 차는 로봇을 이용해 점검했다. 또 선수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 를 진행해 칩이 내장된 공과 일반 공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도 검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선수는 “차이점을 느낄 수 없었다”고 답했다.

■ 축구의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뇌’가 만나는 순간 : 트리온다는 기술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이 너무 ‘기계적’이 됐다”는 우려도 있다. 공이 더 이상 단순한 감각의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 생산 장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디애슬레틱은 “이제 축구공은 경기의 도구를 넘어, 경기 자체를 기록하고 판단하는 ‘하드웨어’가 됐다”며 “트리온다는 그 첫 번째 증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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