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③]개정 상속세법, 기업에 도움될까…“지배력 약화 우려 여전”

2025-03-14

정부, 75년만에 상속세 개편했지만 최고세율 인하는 빠져

승계 준비하는 기업에는 부담 지속…한화·HD현대, 상속세만 수천억원

중견·중소기업도 높은 상속세율에 버티지 못하고 경영 포기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기업 승계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이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이 대표적으로 승계를 위해 수천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에 재계 내에서는 꾸준하게 상속세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상속세는 75년 만에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행 유산세는 가족공동체에 물리는 유산세 방식이다. 일단 사망자의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결정된 세금은 유족끼리 알아서 나눠 내는 구조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개개인이 받은 만큼 내는 세금이다. 이 경우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세금을 물리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이 잘게 쪼개져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개별 상속인으로 나누게 되면 자연스럽게 과세표준 구간이 낮아지게 되고 그만큼 더 적은 세금을 낼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서민층의 상속세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작 재계가 원하는 최고세율 인하는 이번 개편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현재 최고세율은 50%에 달하는데 최대주주 할증과세까지 더해지면 세율은 60%에 달한다. 재계 내에서는 최고세율이 높아 기업 승계에 부담이 따른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지만 이번에도 외면당했다. 재계 내에서는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에 최고세율 인하가 빠지면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한 유산취득세 방식은 분명 서민층의 부담은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계 입장에선 환영할 일인지 애매하다. 일반적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와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오너 총수들은 후계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분 상속 역시 후계자에게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지분을 모든 자녀에게 나눠주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을지언정 경영권 다툼이라는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상속세는 기업 입장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대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상속세와 경영권 방어라는 모순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승계 앞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대 무너져

당장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부담이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대표적으로 한화그룹과 HD현대그룹도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재원 마련이 과제로 꼽힌다.

먼저 한화그룹은 김동관 그룹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부사장이 승계를 받게 될 예정이다. 현재 김승연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 지분 22.65%가 승계 대상이다.

14일 기준 ㈜한화의 주가는 4만6000원 수준을 보이고 있어 김 회장의 주식가치는 약 7800억 원에 달한다.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과세로 인해 60%의 상속세율을 매기면 삼형제는 4680억 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김 회장이 따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 등이 더해지면 상속세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아직 삼형제인 만큼 개정안으로 부담이 줄 수도 있지만 한화그룹 차원에서 김 회장의 세 자녀가 승계 싸움을 하게 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지분이 각각 얼마나 나눌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HD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HD현대그룹은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그룹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가 진행된다. 정 이사장은 HD현대 지분 26.6%를 보유 중이다. 14일 기준 HD현대 주가는 약 7만5000원으로 정 이사장의 주식 가치는 1조5750억 원에 달한다. 정 수석부회장 역시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으면 상속세만 9450억 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그룹 내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점은 큰 문제다.

최악의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한화그룹과 HD현대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이 20%를 넘으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승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낮아지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대주주 지분이 낮은 상태에서 해외자본의 공격이라도 들어온다면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승계 문제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견·중소기업들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다. 중견·중소기업은 상속인이 사망 시 현금 부족으로 인해 기업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밀폐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은 지난 2017년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사모펀드로 매각한 이후 락앤락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에는 자진 상장폐지까지 했다.

결국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국가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지도 않고, 열악하게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 상속세율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어렵게 키운 회사이지만 결국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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