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전세가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는 현상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본격 분석에 나선다.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전세대출까지 강화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여부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은은 ‘임대차구조 변화가 금융안정에 끼치는 영향’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이번 연구는 전세 거래 감소 및 월세·반전세 등의 임대 유형 확대가 가계부채 구조와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2021년 40%대에서 올해 상반기 60%를 넘어섰다. 1~2인 가구 증가, 전세 사기 여파, 전셋값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금리 하락과 은퇴 세대의 안정적 현금 흐름 선호로 월세 공급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한은은 전세의 월세화가 금융·가계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대출 축소는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고 금융 자원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할 수 있으며 ‘갭투자’로 인한 매매시장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반면 취약 임차가구의 주거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월세 부담을 높여 소비 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전세·월세를 모두 대출로 충당할 경우 월세 부담은 전세보다 약 1.15배 높다. 청년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이 64%를 넘는다는 점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취약차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큰 셈이다.
문제는 내년 서울 신규 입주 물량이 올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다. 입주 물량 감소는 전셋값 급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방안이 나올 경우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의 월세화로 서민들의 주거 선택권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며 “월세를 선호하지 않는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주택 추격 매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부동산 대출 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우면서도 대출 제한과 맹탕 공급 대책으로 집값과 전월세를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