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 유출] 매출 90%는 한국, 로비는 미국에…국내 규제 흔드는 '역외 압박' 우려도

2025-12-12

상장 후 로비 지출 1039만 달러…삼성·SK와 어깨 나란히

트럼프 측근 로비스트 대거 고용…정치적 네트워크 확장

한국에서 번 돈으로 미국 정책 압박? "역외 로비" 의혹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책임 공방…'미국 국적 방패론' 비판 커져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이 상장 이후 미국에서 집행한 로비 금액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이 미국 정부·의회를 상대로 과도한 로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산업계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12일 미국 상·하원 로비 공시 시스템과 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나스닥 상장 이후 올해 3분기까지 총 1039만5000달러를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집행했다. 연도별 로비 지출액은 2021년 45만 달러에서 2022년 121만 달러, 2023년 143만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2024년에는 331만 달러로 급증했다. 2025년에도 3분기 누적 기준 169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쿠팡의 로비 지출 규모는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결코 작은 수준이 아니다.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100만 달러 이상을 로비에 투입한 국내 기업 그룹은 삼성, SK, 한화, 현대차, 쿠팡Inc, LG, 영풍 등 7곳뿐이다. 삼성그룹이 862만 달러, SK가 708만 달러, 한화가 605만 달러, 현대차가 478만 달러를 사용한 가운데 쿠팡Inc 역시 331만 달러를 집행하며 대형 기업군과 함께 '미국 로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쿠팡의 미국 내 영업 규모가 삼성·현대차 등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로비 지출 비중만큼은 대기업과 견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쿠팡이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이 소속된 로비 업체들과 연달아 계약을 맺은 점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트럼프와 하버드 동문이라는 점, 취임식 무도회 참석 이력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로비 전략을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이 미국과 한국 양측에서 대관 조직을 키우는 배경에는 김 의장의 정체성이 자리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의장은 미국 국적자지만 한국에서 쿠팡을 창업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도 빠져 사회적 책임 논란에서는 비켜서 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로비 행위의 합법성 여부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제도화돼 있지만, 한국 정치권에서는 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활용해 국내 규제 논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의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재원으로 미국에서 로비를 하고, 그 로비 영향력이 다시 한국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국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미국에서 온플법(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관련 로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에서 수백억 원대 쿠팡 주식을 기부하는 등 로비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며 "이런 사람이 경영하니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미국 의원들이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근거로 쿠팡 사례를 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는 국내 정책 논의가 미국 정치권을 통해 역압박을 받는 구조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진다.

최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미국 출신 임원 해럴드 로저스를 대표로 선임한 것을 두고도, 정치권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미국 시민권자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로저스는 쿠팡 내부에서 김 의장의 '깐부'로 불릴 만큼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법학 기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쿠팡이 변호사 중심, 특히 미국 변호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게 만든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은 여전히 미국 시민권이라는 방패 뒤에 서 있고 앞으로는 해럴드가 전면에 나서 대관·정책 대응을 맡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책임은 비켜가고 대응은 미국 출신 임원에게 맡기는 전형적인 분리 전략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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